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미술관을 찾는 것이라, 업무 덕에 울컥할 수 있는 시간이 선물처럼 주어진다.

얼마 전 부산시립미술관을 찾았다 양달석(1908∼1984)의 '판자촌'과 마주했다. 소, 목동, 누이처럼 향토색 짙은 목가적인 풍경을 자주 그렸던 화가의 또 '다른' 작품이었다. 피난 시절 부산의 판자촌. 이름 모를 누군가가 다닥다닥 붙어 어제를 살았고 오늘을 살아내는 그림은 따듯했다. 전시장 한편 영상이 흘러나온다.

"나도 이런 그림 일 년에 두세 번 그린다. 먹고살려고 목동 그림을 그렸지." 예쁜 그림을 많이 그렸던 화가는 밥벌이 탓에 잘 드러내지 않았던, 당대의 세상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은 뜻을, 현실을 비판하고 정확하게 묘사해내고픈 자신의 마음을 동료한테 말했었다.

예술은 역시 삶과 연결되었을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꽃노래만 부를 수 없고 꽃그림만 그리지 않겠다"라고 말하는 (사)민족미술인협회의 전시가 기다려진다. 이들은 19일 창원 3·15아트센터에서 촛불혁명의 정신을 계승해야 할 미술인의 정신을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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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도내에서 열리는 규모 있는 전시는 현대인의 고독과 상실감을 짚는다. 외로움 탓에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지를 묻고 위로를 건넨다. 또 인간성 회복으로 휴머니즘을 내건다.

4월이다. 70년 전 4월 3일, 58년 전 4월 11일, 4년 전 4월 16일…. 잘 정제되고 포장된 것에 앞서 섣부르게 이해하고 위로하기에 앞서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외면하고 싶었던 것들과 마주하자.

곧 창원 중심가에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를 기리는 동상이 세워진다. 그 옆엔 소녀도 아이도 있다. 예술은 결국 일상이고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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