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12일 “정의로운 법만이 법이다”라고 주장하자, 정부와 여당은 “국민의 이름으로 용납할 수 없는 망언”이라고 비난하였다고 한다. 정계에 이른바 법 논리를 둘러싼 해석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먼저 민주당과 정부는 올해 들어 ‘강한 정부’를 표방하고 있다. 집권여당은 언론기관에 대한 세무조사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법 집행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집권후반기에 법 집행의 공백현상으로 야기되는 권력의 누수현상인 레임덕을 최대한 억제하려는 목적이 우선 눈에 띈다.

반대로 야당인 한나라당은 법 자체의 존재기반에 의심을 품는 원칙인 ‘악법은 더 이상 법이 아니다’를 자신들의 입장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집권여당에 대한 반사적 행동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한나라당 역시 지난 총선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의 낙선운동에 대하여 실정법인 선거법준수를 강조하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법 논리를 둘러싼 논쟁의 이면에는 상호 치밀한 계산에 따른 권력의 문제가 쟁점이라는 점에서 유감천만이다.

올해 들어 급격히 나빠지는 경기와 고용시장의 불안, 시화호의 담수화 포기선언과 같은 정책집행의 무능이 과연 ‘강한 정부’의 부재로 인해 발생된 것인지를 먼저 집권여당에 묻고 싶다. 의원 빌려주기로 이루어진 자민련과의 정책공조가 과연 ‘강한 정부’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법률과 정책 집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시민적인 권리제한의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것이 과연 당론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면피용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안보의 문제와 시민들의 인권문제가 정면으로 배치되면서 불거져 나온 국가보안법의 폐지에 대하여 한나라당은 왜 그렇게 반대로 일관하는지를 밝혀야 한다.

지금의 법 논리를 둘러싼 해석 논란은 자신들이 집권하면 선이고 남이 권력을 잡으면 악이라는 식의 이분법적인 대립구조만 가득한 것으로 보인다. 타협이 곧 정치라는 평범한 진리마저 찾아보기 어렵게 하는 것이 적이 아니면 친구라는 식의 이분법적인 사고방식 때문임을 여당과 야당 모두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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