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극단 예도 단체부문 대상
80년대 버스차장 이야기 공감
"연극, 각박한 시대 속 샘물"

경남 대표 연극 잔치, 제36회 경상남도연극제 '연극만찬'이 15일 오후 7시 진주 현장아트홀에서 열린 폐막 및 시상식을 끝으로 10일간 여정을 모두 마쳤다. ▶관련기사 1면

경남연극협회 13개 지부, 13개 극단이 참여, 경연 형식으로 치러진 대회에서 거제 극단 예도의 <나르는 원더우먼>(이선경 작, 이삼우 연출)이 대상을 차지했다. 이 작품은 오는 6월 대전에서 열릴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 경남 대표로 참가하게 된다.

대상작 거제 극단 예도 <나르는 원더우먼>. /경남연극협회

◇거제 극단 예도, 직장인 배우들이 이룬 쾌거 = <나르는 원더우먼>은 압도적으로 반응이 좋았던 작품이다. 연극은 1970, 80년대 버스회사 어린 여차장들 이야기다. 일상적인 폭행, 성폭력에도 이들이 붙들고 늘어진 꿈과 희망을 통해 감동을 준 공연이었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연기에 따라 울고, 웃고, 분노했다. 특히 주인공 희숙 역을 맡은 김현수 배우의 열연이 돋보였는데, 결국 이번 연극제 연기대상을 받았다. 예도는 전업 배우 없이 직장인으로 구성된 극단이다. 이번 대상은 이들 직장인이 유별난 유대감으로 똘똘 뭉쳐 만든 결과였다.

경연대회 형식이라 상을 받은 극단도 있고 그렇지 않은 극단도 있지만, 사실 관객 처지에는 모든 작품이 그 나름으로 볼만했다. 정통 연극 형식도 좋았지만, 함안 극단 아시랑의 <처녀 뱃사공>이나, 사천 극단 장자번덕의 <와룡산의 작은 뱀>, 진주 극단 현장의 <정크, 클라운>처럼 음악이나 놀이 형식을 도입한 방식도 관객들의 호응이 컸다.

36회 경상남도연극제 수상자 모습. /경남연극협회

◇연극 관객이 이렇게 많았나요 = 이번 경남연극제는 모바일 미디어 시대에도 연극이란 장르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한 자리였다. 공연마다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이 이를 증명한다. 10일 동안 2800여 명이 찾았다.

9일 저녁 통영 극단 벅수골 <쇠메소리> 공연에서 만난 박예지(24·진주시) 씨는 평소 서울 대학로까지 찾아갈 정도로 연극을 잘 보는 편이다. 박 씨는 "지역에서 연극 공연을 볼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지인이 초대권을 주셔서 왔다"며 "오늘 보니 서울서 본 것보다 여기가 더 잘하는 것 같다"고 했다.

관객들로 북적이는 경상남도연극제. /이서후 기자

이날 공연한 <쇠메소리>는 이번 연극제에서 금상을 받은 작품이다. 또 주인공 장철 역을 맡은 이규성 배우가 우수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박 씨와 함께 온 어머니 유순옥(54·함안군) 씨는 초등학교 때 운동장에 천막치고 하던 연극을 본 후로 처음 연극을 봤다고 했다. 유 씨는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는 느낄 수 없던 감정들이 생긴다"며 "연극이란 게 이 각박한 시대에 너무 인간미가 넘치는 예술인 것 같다"고 했다.

14일 저녁 극단 양산 <의자는 잘못 없다> 공연에서 만난 김정원(30·진주시) 씨도 자주 연극을 본다고 했다. 김 씨는 연극이란 장르의 매력에 대해 "영화와는 달리 연극은 바로 앞에서 배우들이 연기하면서 내쉬는 호흡까지도 느낄 수 있다"며 "공연장에 오는 관객들의 분위기도 영화관 하고는 다른 게, 관객과 배우가 연결된 어떤 것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재밌는 일도 있었어요 = 이번 연극제는 연극 무대와 함께 곳곳에서 부대행사도 진행해 관객과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줬다. 경남문예회관 로비에서 벌어진 화려한 무대도 좋았지만, 소극장 주변에서 벌어진 작은 공연들도 볼만했다. 10일 오후 3시 30분 경남과기대 아트홀 앞에서 벌어진 버스킹 공연에서 진주 지역 가수 권정애 씨가 간드러진 목소리로 '봄날은 간다'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이날 단체 관람을 온 복지관 할머니 10여 명이 로비가 떠나가라 손뼉을 치며 함께 노래를 부른 장면은 보는 이들에게 훈훈한 웃음을 줬다.

경남연극제 부대공연 모습./이서후 기자

9일 저녁 극단 벅수골 <쇠메소리> 공연에서도 재미난 일이 있었다. 조선시대 통영 야소골이란 지역 대장장이들 이야기인데, 사극이다 보니 배우들이 수염 분장을 했다. 극이 마지막으로 치달으면서 막 연기도 달아오른 순간, 주인공 역을 맡은 이규성 배우의 콧수염이 반쯤 떨어졌다. 대사는 진지했지만, 그가 말할 때마다 콧수염이 너덜거리는 바람에 결국 객석에서 참지 못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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