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전하거나 위협적인 두 걸인
표 구걸하는 선거 후보 비교돼

시내버스를 타보면 사람 살아가는 냄새가 나고, 서민들의 애달프고 진솔한 이야기와 많은 것을 듣고 보고 느낀다. 시내버스에서 자주 만나는 두 걸인이 있다. 이들은 복잡한 시외버스 주차장 앞에서 승차하여 서너 구간을 타고 가면서 물건을 팔거나 구걸을 하는 사람들이다.

한 사람의 걸인은 세상의 거친 풍파에 시달려서 그런지 희끗희끗한 백발에 검버섯이 많아 70세가 훨씬 넘어 보이는 노인으로 그래도 단정한 옷차림이다.

조그만 바구니에 껌 몇 통을 담아 버스 승객 앞을 지나치면서 껌을 사달라고 강요하진 않는다. 노인은 바구니를 든 채 한마디의 말도 없이 그냥 지나치기만 한다. '한 가닥의 자존심이 그 노인을 그렇게 만들었는가보다'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우울해진다.

그는 눈을 아래로 깔고 곁눈질도 하지 않는다. 호주머니에서 지폐 한 장을 만지작거리는 사이에 그는 저만치 가고 있다. 그러니까 동냥 바구니는 항상 얄팍할 수밖에 없다. 그의 등 뒤에는 한 많은 사연과 서러움이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또 한 명의 걸인은 얼핏 보기에 60살이 될까 말까 하는데, 체구는 작아도 건장해 보였다.

그의 손에는 언제나 자기가 구걸하게 된 사연과 불행한 가정 형편이 적힌 B4 크기의 손수 쓴 종이를 한 움큼 쥐고, 그 종이를 무턱대고 앉아있는 승객의 무릎 위에 한 장씩 던져주고 되돌아와 한 푼 도와 달라고 손을 벌린다.

단돈 얼마라도 내 놓으라는 식으로 무언의 반 강요를 한다. 특히 젊은 아가씨들 앞에선 눈을 부릅뜨고 동냥이 나오도록 기다리는 것을 보면 '아직도 이런 사람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완전히 무지한 경우다.

그러다 보면 승객들은 코를 찌르는 냄새에 이맛살을 찌푸리고 괜히 운전기사에게 역정을 부리기도 한다.

그는 일부러 인지 아닌지 꾀죄죄한 악취 나는 바지를 그대로 입은 것이다. 이래도 그는 동냥 벌이가 좋은가 보다. 승객들은 걸인이 다가오기 무섭게 순순히 동냥을 주는 것이다.

물론 동정을 해서가 아니다. 옛말에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이 있듯이 예뻐서가 아니라 지겨워서 주는 것이다.

세상에는 이런 일이 허다하다. 지금 우리 사회에 거세게 일고 있는 성폭력 사건이나, 임시방편으로 엉성하게 덮어 두었다가 진실이 밝혀지고, 금권에 눌러 유구무언이든 갑과 을의 관계 등 사례가 너무나 많다.

70대의 걸인과 같이 곁눈질하지 않고 동냥만 열심히 하는 사람과 협박 비슷하게 무언의 강요를 하는 걸인을 생각하면서 과연 우리는 어떤 사람에게 진정한 동냥을 할 것인가 생각해 볼 문제다.

벌써 얼마 남지 않은 6월 지방 선거 예비 후보자들이 표를 구걸(?)하기 위해 명함 돌리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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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의 명함에는 학연·지연·혈연을 나타내는 정보가 빼곡히 적혀 있어 연(緣)으로 표를 얻으려 할 뿐, 공약과 정책 등의 소신에는 아랑곳없는 듯하다.

이런 사람에게는 표 달라고 손 벌린다고 미운 자식 떡 주듯이 함부로 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 지방선거는 어느 선거보다 중요하다.

과연 누가 우리를 위한 정치인인지, 바르게 주권행사를 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한 표는 동냥이 아니라 국가의 장래를 좌우하는 시금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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