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사계절 경험
정상회담 통해 새로운 남북관계 기대

흐드러지게 핀 연분홍빛 벚꽃의 자태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양의 비와 바람에 흔적을 감추었다. 뒤늦게 핀 꽃잎도 세찬 강풍에 흩날려갔다. 이렇게 요란했던 4월이 벌써 절반가량 지나갔다. 봄이 온 줄 알았다가 다시 겨울로 돌아갔나 싶을 정도로 변덕스러운 심술이 반복되었다. '사계절을 다 겪은' 4월은 그래도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계절이다. 심술 궂은 날씨가 꽃송이 위로 눈발을 날리게 했지만 꽃잎을 떨어낸 나무는 보란 듯 연둣빛 새 옷으로 갈아입듯이….

지난 2000년, 2007년에 이어 세 번째로 남북 정상이 오는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만난다. 앞선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은 평양에서 이루어졌지만 이번엔 남쪽에서 진행된다. 정상회담 전에 남북 정상 간 핫라인 개통도 이미 합의된 사항이며 곧 실천에 옮겨질 것으로 알려졌다. '가능성 있는 진전'이 하나둘씩 만들어져가는 모양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고, 구체적 실천 방법까지 서로 합의한다면 앞으로 남북관계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한층 커지게 된다.

2000년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 이후 18년 만이자 2007년 2차 남북회담 이후 11년 만인 이번 '2018 남북 정상회담'은 상호 신뢰 회복의 의미를 넘어 한반도 평화 정착과 통일 기반 구축의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금껏 주변 4강(미국·중국·일본·러시아)에 의해 자유롭지 못했던 남북문제를 우리, 즉 당사자 의지로 해법을 찾는 중차대한 만남이다. '통일·화해 협력의 이정표'였던 6·15 선언, '경제·사회분야와 비핵화를 다룬' 10·4 선언에 이어 나올 이번 2018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물은 어떤 내용일까.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 실현'이다.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번영을 위한 첫걸음이자 시작이 비핵화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비핵화 방법을 두고 다소 이견이 있지만 두 정상의 만남에서 충분히 대화하고 머리를 맞대면 그리 어려운 문제도 아니다. 서로 진정성을 얼마만큼 믿는가에 달렸다. 남북회담 정례화·고위급 회담 수시 개최 등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노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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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의 성과는 절차적 방법을 포함한 비핵화 합의만으로도 충분하겠지만 남북관계 변화의 동력이 될 경제협력 분야도 함께 다루어져야 한다. 남북한 모두에 이익이 되는 발전적 경제협력 방안을 찾아낸다면 '한반도 신(新) 경제지도 구상'이 현실화 궤도에 오를 수 있다.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가동 재개 등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경협뿐 아니라 새로운 발전 모델을 찾아내야 한다. 유엔 안보리 제재로 경제적 고통이 극심한 북한 민생의 활로를 위해서라도 남북 경협은 회담 성공의 필수 카드다. 우리도 대북 경협을 통해 새로운 경제활력 모델을 만들어내야 하는 절박한 사정이다. 이른바 '4·27 선언'에 어떤 답을 담을지 남북은 이미 알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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