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할머니 다리 치고 도주
경찰, 일일이 전화 돌려 찾아내
차주 "멀쩡해 보여서 지나쳤다"

마산어시장에서 장사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황모(70) 할머니는 지난 8일 새벽 5시 10분께 창원시 마산합포구 남성동 한독약국 앞 도로를 건너다 뺑소니를 당했다.

황 할머니는 새벽 시간 차량 통행이 거의 없어 건널목에서 무단횡단을 했다. 건널목을 중간쯤 건넜을 때 한 중형차가 왼쪽 다리를 치고 갔다. 할머니는 10초 정도 쓰러져 있었으나 '조금 아프다 말겠지' 생각으로 절뚝거리며 일어서서 장사를 하러 갔다. 그날 밤 왼쪽 다리가 심하게 붓기 시작하자 황 할머니는 뒤늦게 마산중부경찰서에 신고를 했다.

경찰은 난감했다. 할머니가 달아난 차량에 대해 아무 것도 기억을 못했기 때문이다. 우선 경찰은 사고 현장 주변 CCTV 영상을 확인해 황 할머니를 친 검은색 차량을 발견했다.

경찰은 영상으로 한 조각씩 차량 번호를 추적했다. 하지만 주변 CCTV와 차량 블랙박스 영상 30여 개를 들여다봐도 번호판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경남경찰청에 화질 개선도 요청했지만 알아내지 못했다.

경찰은 다시 동선 추적에 나섰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완월동에서 마산회원구 양덕광장 교차로까지 이어지는 CCTV를 모두 살폈다. 이 과정에서 검은색 중형차가 완월동에서 출발한 것을 포착했다.

경찰은 뺑소니 차량을 검은색 중형차로 특정하고, 마산합포구에 등록된 검은색 차종 자료를 모두 뽑았다. 모두 852대, 경찰은 차주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사고 발생 사흘이 지난 11일 오후 ㄱ(69) 씨가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마산중부경찰서는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혐의(도주치상)로 ㄱ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ㄱ 씨는 사람을 살짝 쳤는데 멀쩡하게 다시 걸어가기에 다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해 길을 갔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김재기 마산중부경찰서 교통범죄팀장은 "뺑소니는 무조건 잡힐 수밖에 없다. 사고를 내고 절대로 도망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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