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연극제 리뷰]명대사 열전 (5)

각자의 삶은 다 나름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 의미를 확신하지 못해 주저하고, 비교하며 산다. 그 과정에서 다툼도 일어나고 극단적으로 불행한 선택을 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든 삶은 살아내야 하는 것. 다음 세 작품은 이렇게 우리네 삶을 한 번쯤 되돌아보게 했다.

◇착한 속물로 사는 일도 괜찮아

창원 극단 나비의 <창밖의 여자>(14일 경남과기대 아트홀 공연)는 단순한 무대에다 여성 배우 두 명만 출연하는 작은 작품이지만, 잔잔한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힘이 있었다. 특히 관객에게 말을 걸어 주고받는 즉흥적 대사가 즐거웠던 공연이다.

"나도 별 볼일 없어. 근데 나는 별 볼일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직 기대하고 있어. 그게 너랑 다른 점이야!"

▲ 창원 극단 나비 <창밖의 여자> 한 장면./경남연극협회

배우들이 공통으로 꼽은 인상 깊은 대사다. 안정민 배우가 맡은 유정은 자아실현을 포기한 채 아내로, 엄마로만 사는 가정주부다. 김혜영 배우가 맡은 민영은 철저히 개인적 삶을 즐기는 독신이다. 서로 다른 처지와 일상에서 오는 생각 차이로 둘은 공연 내내 티격태격이다. 그러면서도 각자 삶의 부러운 구석을 은근히 곁눈질한다. 다 다른 생각으로 다 다른 삶을 살 것이란 또 다른 대사처럼 관객들은 공연을 보며 한 번쯤 지금 자신의 삶은 어떤가 생각해봤을 테다.

◇우리네 삶에 공짜는 없지요

"이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극단 양산의 <의자는 잘못 없다>(14일 현장아트홀 공연)에서 덕수가구점 주인 문덕수 역을 맡은 송진경 배우 겸 연출가가 꼽은 '인생 대사'다. 작품과도 관계가 있지만, 결국 자신이 살아보니 이 말이 맞더라고 했다. 받은 게 있으면 언젠가는 갚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마음의 짐으로 남더란다.

▲ 극단 양산 <의자는 잘못 없다> 한 장면./경남연극협회

"따님 작품이 고작 3만 원입니까?"

덕수의 딸이 만든 의자를 탐내는 강명수 역을 맡은 박창화 배우가 선택한 자신의 대사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작품에서 딸이 만든 의자는 결국 각자의 삶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어떤 삶이든 비교 불가능하고 교환 불가능한 나름의 값어치가 있다는 뜻이리라.

<의자는 잘못 없다> 독특한 이야기 구조로 관객을 즐겁게 했다. 시간 되돌려 같은 상황을 조금씩 다르게 반복하거나, 판타지 방식을 도입해 황당한 유쾌함을 주는 공연이었다.

◇우리 모두 변해야 합니다

진해 극단 고도의 <비극적, 비극>은 앞의 두 작품과 사뭇 다른 의미를 담았다. 청산되어야 할 역사가 청산되지 않은 채로 이어져 오면서 벌어지는 극단적인 비극, 그야말로 비극적 비극이다. 극은 거대한 부를 축적한 친일파 일족, 그리고 유명한 배우지만 그 일족과 거리를 두고 사는 주인공이 한이채가 다중인격 장애를 앓는 이유를 쫓는다.

"이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서 나는 내가 아니다."

▲ 진해 극단 고도 <비극적, 비극> 한 장면./경남연극협회

주인공의 이 대사처럼 극은 수시로 세상이, 우리가 미쳐 돌아간다고 일깨운다. 과연 우리는 변할 수 있을까. 그래도 끝내 변하고 싶다고 극 중 인물들은 몸부림친다. 대사도, 전개도 상당히 난해했지만, 감각적인 무대 연출이 돋보였던 작품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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