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A. 펠츠 지음
미투운동 사회변화 이끌어
권력자 중심 서술 탈피할 때

지난 몇 달 동안 대한민국은 혁명 중이다.

검찰 내부에서 성폭력 고발 사건이 터졌고, 피해자는 여자 검사다. 지난 대선 때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었던 도지사는 성폭력 가해자가 되었다.

문학, 연극, 영화, 방송을 포함한 예술계는 더 추했고 더 악질이었다. 대한민국은 지금도 여전히 혁명 중이다. 방송에 출연해 '미투 운동'의 출발이 되었던 검사와 정무비서, 연극·영화인들을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까?

<유럽민중사>. 2018년 대한민국 미투 운동을 역사는 어떤 식으로 기록하고, 처음 용기를 내었던 피해자들을 어떤 식으로 서술할까? 책의 제목을 접하고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떠나지 않은 생각이다.

이 책은 중세부터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역사적 사실을 우리가 흔히 아는 왕이나 장군 또는 정치 지도자 같은 권력자 중심이 아닌 인물들 중심으로 기록한 책이다. 그렇다고 마냥 필부의 삶으로 그린 이야기는 아니다. 중세 봉건 제도와 십자군 원정, 그리고 페스트가 당시 사회에 미친 영향을 살피면서 교회 권력이 어떻게 변했는지 이야기한다. 더불어 부르주아지라 부르는 상인 계급이 도시 성장과 함께 일정 역할을 맡게 된다.

중세를 지나 남부 유럽, 더 정확하게는 이탈리아에서 르네상스가 일어났고, 16세기에 교황의 잘못된 권위에 반발하여 루터가 95개 조에 이르는 반박문을 발표한다. 15세기 인물 얀 후스는 16세기 모든 변화의 선구자였다. 후스는 프라하대학 교수였고 가톨릭 교회를 비판했는데, 한 세기 뒤의 루터보다 깊이 있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안타깝게도 더 큰 역사의 물결을 만들지는 못했다. 루터의 종교 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보급되어 혁명파들의 생각과 성경을 빠르게 일반인들이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8세기 말에 프랑스 혁명이 있었고, 프랑스 혁명 전과 후 달라진 부분은 실질임금을 생활비와 연결한 복지지표로 나타냈다. 지표 점수가 1이면 겨우 먹고살 만한 수준이고 1보다 못하면 먹고살기 힘들고 1 이상이면 삶이 여유가 있음을 나타낸다. 혁명 전 프랑스 건설 장인과 저숙련 노동자의 수치가 1.20과 0.74인데 영국과 암스테르담의 건설 장인의 지표는 2.21과 1.86이고 저숙련 노동자수치는 1.4 정도다.

그런데 혁명 이후 프랑스 장인과 노동자 수치는 개선되고 오히려 영국 런던과 암스테르담은 쇠퇴나 정체가 일어났다.

'잘나가는 시절일지라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공감 능력 없고 무능한 통치자를 만난다는 것은 체제 유지에 결코 좋지 않은 법이다.'(p94)

역사를 어느 한 계층 중심의 관점으로만 보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동안 우리는 오직 승리자, 권력자 중심의 역사만 서술하고 그것을 배웠다. 파리 코뮌이나 68운동은 그것의 성과나 지속성과는 별개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 4·19를 위시한 학생운동사, 87년 대투쟁 이후 노동 운동사는 현재의 역사를 만든 밑거름이다.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대학생들이 정부의 대입제도 개편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학생들은 "평등주의를 깨고 엘리트주의를 도입하려는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리는 여전히 혁명 중이다. 미투 운동과 불편함을 감수하고 공개적으로 고발한 인물들을 역사가 기록을 할지, 또 기록을 한다면 어떻게 할지 알 수 없다.

민중이 역사의 무대에 오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다 같이 뜻을 모아 함께 기록해야 할 사실이 존재한다. 그것을 바르게 기록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다.

488쪽, 서해문집 펴냄, 2만 원.

/이정수(블로그 '흙장난의 책 이야기'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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