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연극제 리뷰 명대사 열전] (3)

제36회 경남연극제가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이번 연극제 출품작은 시대 배경이 다양하다. 사극이든 현대극이든 연극은 결국 삶에 대한 이야기일 테다. 그러니 지금 이 시대를 향해 메시지를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다음 두 작품이 그렇다.

◇정말로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

"이발이라는 것은 머리카락만 자르는 것이 아닙니다. 머리를 자르면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돌아보고 맺혔던 기억, 괴로웠던 기억을 모두 함께 잘라내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발사나 의사나 진배없지요. 마음에 곪았던 것을 잘라내고 새로운 마음으로 이곳을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 그것이 이발사 아니겠습니까?"

창원 극단 미소의 작품 <대찬 이발소>(10일 경남문예회관 대공연장) 대본을 쓰고 직접 출연도 한 장종도 연출가가 뽑은 명대사다. 대찬이발소 주인인 대찬의 대사다. 이 작품은 연극계 미투운동이 한창이던 시기에 쓴 것이다. 이윤택 연출가가 기자회견에서 했던 '관습'이란 말을 곱씹으며 각본을 썼다고 한다. 예를 들어 극 중에서 관습은 '남자가 하는 일에 여자가 어찌 감히 토를 다느냐'는 식으로 표현된다. 여성은 이런 관습 속에서 매를 맞고 버티고, 성폭력을 당하고도 버티며 산다. 극 중 대찬은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듯이 평생 관습적인 태도를 스스로 잘라내지 못하고 산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뇌 수술을 앞둔 아내 머리를 직접 자르며 미안하다고 울먹인다. 이때서야 비로소 대찬은 자신의 관습을 자르게 되는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아직 가위 들 힘은 있다'는 대찬의 대사처럼.

창원 극단 미소 <대찬이발소> 한 장면./경남연극협회

공연을 보면서 다음 장면이 바로 연상될 만큼 뻔한 이야기 구조이긴 했다. 하지만, 웃겨야 하고 울려야 하는 부분을 적당히 잘 배치해 관객들이 감동하고 즐기기엔 괜찮았다.

◇이 시대 권력자들을 향한 뼈 있는 풍자

"저희 같은 천것들이야 누가 왕이 되어도 사실 크게 달라지는 건 없지만 그래도 왕이 되면 안 될 인물의 기준만큼은 있습니다. 권력을 앞세워 남의 걸 가로채진 말자!"

극 중 한 광대가 한 대사다. 사천 극단 장자번덕의 <와룡산의 작은 뱀>(10일 경남과기대 아트홀 공연)은 고려시대 광대들이 주인공이다. 고려시대 공민왕 이야기를 빗댔지만, 작품은 사실 이 시대 권력자들을 향한 신랄한 풍자이기도 하다.

사천 극단 장자번덕 <와룡산의…> 한 장면./경남연극협회

이 작품은 사천 와룡산 설화를 토대로 했다. 2016년 겨울에서 2017년 봄까지 진행된 촛불집회와 '결국 국민이 주인'이라는 성과가 작품을 구상하는 큰 계기가 됐다. 고려 공민왕이 천한 광대를 직접 만나 연등회를 준비하면서 거리낌 없이 왕의 자질까지 논한다는 설정도 여기서 비롯됐다.

연희극 형식이라 무대 위 활개치는 배우들을 보는 재미가 큰 무대였다. 하지만, 배우들 동선보다 소극장이 좁아 보인 점, 호흡이 가쁘거나 목이 쉬어 대사 전달이 명확하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한판 신나게 잘 놀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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