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의도 공감한 관객 뇌반응 활성화
평양공연 시청률 36%…예술의 힘 막강

떨어지는 벚꽃, 노란 수선화, 붉은 동백, 분홍빛 영산홍, 바람에 흔들리는 푸른 보리밭. 주위는 온통 봄이다. 그저 보고만 있어도 아름답고 평화롭고 행복하다. 절로 탄성이 나오고 노래가, 시가 나온다. 봄은 우릴 예술가로 만든다.

자연은 우리를 어떻게 매혹시킬까? 사람의 뇌는 태어날 때부터 대칭과 같은 특징을 쉽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대칭적 특징을 지닌 사물은 뇌에서 더 쉽게 처리된다. 우리 뇌는 무엇인가가 쉽게 처리된다고 느낄 때 긍정적인 느낌을 갖게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좌우 대칭이 잘 맞는 남성과 여성일수록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성적으로 매력적이다. 2006년 미국 오리건대학교 리처드 테일러 교수는 사람이 자연에서 보는 것과 유사한 밀도의 풍경을 선호한다는 것을 밝혔다. 자연의 사물은 점점 확대되면서 반복되는 패턴으로 구성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패턴에 대한 선호는 자연풍경은 물론 미술과 사진에도 적용된다.

이렇듯 성별이나 문화적 배경과 상관없이 모두 공감하는 아름다움이 있는가 하면 아는 사람만 알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 유명한 클래식 음악을 듣거나 미술관을 가게 되면 전문가보다 일반인들은 작품의 특별함을 이해하기 어렵다. 2007년 미국 밴더빌트대학교 블레이크 교수는 예술가의 시각적 의도에 대한 관객의 뇌 반응을 연구했다. 이 연구는 미래파 화가들의 작품을 사용했다. 미래파 화가들은 시대의 변화를 움직임의 표현으로 작품 안에 구현하고자 했다. 그림을 보면서 예술가의 의도를 이해한 관객의 움직임과 관련된 뇌 영역이 예술가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다른 그림에 비해 보다 활성화되었다. 즉 관객이 예술가의 의도에 공감하면 그 반응이 뇌에 나타나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모든 인간이 느끼는 긍정적인 감정이며, 그 표현방식에 예술이 있다. 아름다움은 저절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도 있지만, 이해를 하고 알아갈수록 느끼게 되는 아름다움도 있다. 우리 뇌는 같은 자극에 많이 노출될수록 더 쉽게 더 잘 처리한다. 이것은 처음에는 좋아하지 않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술의 강력한 점은 관객으로 하여금 감정적 반응을 일으키고, 공감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예술은 관객으로 하여금 직접 하고 싶다는 욕망을 일으킨다.

지난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2018 남북평화 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 '봄이 온다'가 지난 5일 중계방송됐다. 지상파 3사 합계 시청률이 36%가 나올 정도로 국민 관심이 집중됐다. 필자도 작심하고 앉아 방송을 시청했다. 중계방송을 보면서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평양 관객들의 반응이었다.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공연이 무사히 끝나고, 평양 관객들의 열띤 호응과 박수를 보면서 우리와 비슷하지만 또한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르다는 느낌의 차이가 곧 남과 북의 차이이다.

지난 6일 평양공연 '봄이 온다' 방송과 관련하여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채널 선택의 자유를 빼앗아 가면서까지 모든 언론사가 방송하지 않으면 안 됐는지, 그 사정에는 분명히 청와대의 입장이 있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의 비판은 '일단 비판부터 하고 본다' 식이다. 방송을 시청한 대다수 국민은 정치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평양 관객들과 우리가 예술을 통해 얼마나 함께 공감할 수 있을지를 궁금해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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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는 대단한 가수다. 싸이의 '예술이야'라는 곡을 한 번이라도 들어 본 사람은 싸이가 말하는 '예술이야'가 무슨 의미인지 단번에 안다. 이번 평양공연에 정부는 싸이의 합류를 적극 추진했으나 북측이 난색을 표해 성사되지 못했다. 왜 싸이의 평양공연이 이루어지지 못했는지 우리는 모두 안다. 싸이 공연이 주는 영향 때문이다. 예술의 막강함을 그 누구만 모른다. 그 누구에게 싸이의 '예술이야' 들어 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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