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세 감독 등 작가 5명
내면 향하는 사유 이끌어

문신(1923~1995) 선생의 석고원형 작품이 노을로 물들었다. 지는 해를 바라보는 연인의 뒷모습도 나타났다 사라진다.

문신 조각의 초석, '민얼굴'이라고 비유할 수 있는 석고는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기획전 '나의 초상'에서 말을 건넨다. 너의 얼굴은 무엇이니?

'나의 초상'전은 타인을 의식하고 사회화된 모습에서 벗어나 자신의 원래 조각을 찾아보라고 말한다.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은 이명세 영화감독, 한상호 프로듀서, 전혜원 작가, 양리애 조각가, 여윤경 작가가 참여한 다섯 개 기억을 보여준다.

내달 20일까지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에서 기획전 '나의 초상'이 진행된다. 문신 선생의 석고 원형 뒤로 영화감독 이명세의 작품 이 상영되고 있다. /이미지 기자

먼저 문신 선생의 석고원형을 통해 본 것은 이명세 감독의 영화 이다. 감독 스스로 "이게 나야! 나의 초상이야!"라고 말한 작품. 지난 2007년 개봉해 줄거리보다 이미지에 대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주인공 민우(강동원)는 꿈과 현실을 넘나들며 과거의 자신과 마주해 현재의 나를 위로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박효진 학예연구사는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다"고 설명했다.

한상호 프로듀서의 은 가면을 쓴 한 씨가 꼭두각시를 조종한다. 인형은 다름 아닌 자신이다. 그는 타인의 규정대로 사회가 바라는 모습대로 줄을 움직이는 사람이 자기 자신임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전시장에 내걸린 회화는 눈을 제대로 마주칠 수 없다.

'나의 초상'전에서 볼 수 있는 한상호 프로듀서의 꼭두각시. /이미지 기자

전혜원 작가의 그림 속 눈동자는 모호하고 공허해 보인다. 낯익은 누군가를 낯설게 해 아이인지 어른인지 모를 유령을 내세웠다. 자신을 객관화하기 어렵듯 합리적인 해석을 거부한다.

여윤경 작가는 둥근 맨홀에 잠겨 눈을 감은 인물을 그렸다. 그 뒤 아주 화려하고 생기있는 식물과 대조적이다. 심연에서 몸부림치는 자아와 다르게 외부세계에서 싱싱해 보이려는 나와 닮았다.

움직이는 모빌로 설치 작품을 선보인 양리애 작가는 여러 얼굴을 보여준다. '마주치는 나'라는 이름처럼 짧은 순간 스쳐 지나가는 얼굴을 기억하며 자신과 마주한 그날을 기억해내라고 한다.

'나의 초상'전에서 볼 수 있는 전혜원 작 '시간 속에서'. /이미지 기자

'나의 초상'전은 전시실의 어둠 속에서 다섯 개 기억을 찬찬히 살피듯, 캄캄하고 불분명할 본래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전시는 숙명여대 문신미술관 공동기획으로 마련됐다. 5월 20일까지. 오는 17일 오후 3시에는 이명세 영화감독과 만나는 시간이 마련되어 있다. 문의 055-225-2145.

'나의 초상'전에서 볼 수 있는 양리애 작 '마주치는 나'.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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