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 토박이말날 '첫돌'
한글학자 주시경 〈말의 소리〉 펴낸 날, 진주서 지난해 처음 정해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진주교육지원청 다섯 해째 '특색교육'
학교·학급·동아리 공모…이야기대회·배움장만들기 등 활동 다양

한날·두날·삿날·낫날·닷날·엿날·밝날은 토박이말 달력에 적힌 '월·화·수·목·금·토·일요일'이다.

토박이말이란 본디부터 그 나라나 고장에서 써 온 말을 뜻한다. 토박이말은 중국과 일본의 한자말에 밀리고 서양에서 들어온 영어에 밀려, 언제부터인가 우리 스스로 일터·가게 이름을 영어로 섞어 쓰는 것이 아무렇지 않게 돼버렸다. 영어나 은어를 섞어 쓰는 직장인들 말투를 일컬어 '급여체'라는 신종어가 나올 정도다.

진주시에 자리 잡은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는 지난해 무지개달 열사흘(4월 13일)을 '토박이말날' 기념일로 정했다. 진주교육지원청은 지난 2014년부터 토박이말바라기와 공동으로 특색사업인 토박이말 교육을 펼치고 있다.

1998년 현직 교사와 일반인 등이 본디부터 우리나라에서 써온 토박이말을 살리고자 '토박이말바라기'를 세웠고, 2015년 들겨울달 열이튿날(11월 12일) 사단법인으로 거듭났다. 토박이말을 북돋우며 가꾸고, 토박이말 가르치는 길을 갈고닦아 넓히는 일을 하고 있다. 김수업 경상대 명예교수가 으뜸빛(이사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4월 진주교육지원청에서 열린 '토박이말날 펴알리기(선포식) - 토박이말 살리기 정책 대통령 공약 제안'.

오는 13일은 토박이말바라기가 지난해 펴 알린 '토박이말날' 첫돌이다. 4월 13일은 일제 강점기에 한글 연구와 보급을 통해 민족의식을 고취한 한글학자인 주시경(1876∼1914) 선생이 책 <말의 소리>를 펴낸 날이다.

이창수 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총무)은 "<말의 소리>는 부록을 빼고는 모두 한글로 쓰는 등 토박이말을 살려 쓸 가능성을 보여줬기에 4월 13일을 토박이말 날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토박이말바라기와 함께 '토박이말 교육'을 특색교육 활동으로 펼치는 진주교육지원청은 이끎학교, 울력학교, 울력학급, 학생동아리를 공모·선정해 운영하고 있다. 진주지역 학생들의 언어 순화와 인성 함양을 목표로 다섯 해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방과 후 수업으로 토박이말 동아리 '운김'을 운영한 진주동중학교는 국어 교과서 속 작품과 연계해 토박이말 찾기, 이야기 대회, 낱말 딱지 줍기, 신문 만들기, 노래 부르기, 골든벨 퀴즈, 공모전(타이포그래피·시) 등 활동을 이어갔다.

박향미 지도교사는 "토박이말을 활용한 창작·표현·발표 활동을 이어가면서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학생들이 하나, 둘 찾아서 표현할 때마다 모두 신기해했다"며 "동아리 활동을 통해 우리가 외래어와 비속어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학생 스스로 반성하고 우리말 사랑을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성과를 꼽았다.

학생들이 토박이말 살리기 이바지하기(캠페인)를 하는 모습.

문산초등학교는 2016년 울력학급에 이어 2017년 5~6학년을 대상으로 울력동아리 '토박이말 민들레꽃씨'를 운영했다. 문산초교는 적극적인 토박이말 교육을 위해 학교 특색과제로 오색학습장에 '토박이말 배움장'을 따로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토박이말 익힘감과 토박이말 찾기, 토박이말 칸놀이(빙고) 등을 넣어 1∼6학년 학생들이 토박이말 교육주간(10월 2주)의 아침 시간과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놀배움하도록 했다. 울력동아리 학생들은 '이달의 토박이말 알림그림(포스터)'을 그려 학교 각 층 계단에 붙여 전 학생이 새로운 토박이말을 익힐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올해도 진주지원청은 이끎학교(집현초, 진주동중)·울력학교(무지개초, 반성중), 울력학급(10학급), 학생동아리(13팀)를 공모·지정해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같은 해 8월 토박이말 갈배움 울력다짐(토박이말 교육 협약식).

오는 13일 토박이말날 첫돌을 맞아 진주지원청과 토박이말바라기는 몇 가지 잔치를 준비했다. 이날 진주지원청 3층 중회의실에서 열리는 토박이말날 첫돌맞이 기림풀이(기념식)에서는 이창수 두루빛이 토박이말 살리기에 온 나라 사람들이 함께 나서 주기를 바라는 뜻을 밝히는 글을 읽고 함께 돌떡을 나눠 먹을 계획이다.

또 이날 지도교사 '토박이말 가르치는 힘 기르기 연수'를 하고, 6월 11~22일 '2018 토박이말 알음알이 잔치' 등을 연다. 신문사와 방송을 통해 '토박이말날 맞히고 선물 받기' 잔치도 계획하고 있다.

이 두루빛은 "우리말 가운데 가장 우리말다운 참우리말은 토박이말이다. 우리다움을 이어갈 알천인 토박이말이 소담한 배움책으로 어릴 때부터 넉넉하게 배우고 익혀 나날살이에 부려 쓰게 해 줘야 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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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작된 토박이말 달력. /진주교육지원청
▲ 진주초등학교에서 펼쳐진 '네 돌 토박이말 앎 솜씨 징소리 울려라'에서 학생들이 토박이말에 관한 문제를 풀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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