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후 여성의 노력으로 정치권은 정당마다 여성할당제를 도입했다. 2000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한해 여성할당제가 도입된 후 18년이 지났다. 2000년 이전 5% 미만이던 여성 의석은 20대 국회에서 17.0%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 때마다 대부분 정당이 여성할당제 30%를 공언한 현실에 비추어보면 이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각 정당이 명목상으로 내세우는 여성할당제는 표면적으로만 보면 여성계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측면이 있다. 바른미래당을 제외한 정당들은 선출직과 임명직 여성할당제 30%뿐 아니라 이번 선거 비례대표 후보 공천에서 여성 비율 50% 이상을 약속했다고 한다.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하는 여성 비율 또한 대부분 정당은 30% 이상이다. 공천과 경선에서 여성 출마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도 정당 대부분 20% 이상을 규정하거나 지역구 출마자에게 여성을 우선 배정한 곳도 있다. 문제는 이런 규정이나 약속이 정작 선거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여성할당제 약속이나 공언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은 정당 당헌·당규 규정의 허점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당헌·당규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나 각급 공직선거 후보자에 대한 심사에서 우선순위를 정할 때 여성 등 12개 영역의 소수 계층이나 전문가 집단에서 고르게 나눠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규정에는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담보하도록 인구 비율대로 절반의 할당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없으며, 여성의 당연한 권리를 다른 소수자들과 나눠 먹기 차원으로 변질시킬 위험이 있다. 각 정당이 여성의 정치적 위상 강화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것도 여성할당제가 정착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총선에서 정치권은 비례대표 의석을 줄였고 계파 간 싸움에 몰두하느라 원내의석을 보유한 모든 정당에서 여성할당제 30% 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치가 여성의 대표성을 담보하려면 여성할당제 비율을 50%로 올리고 정당의 당헌·당규에서 강제적으로 규정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개헌 논의에서 공직에서 여성과 남성 동수 의무화가 규정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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