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다음 날 TV뉴스를 보다 "주 4회 재판 강행하면 재판 거부할 것. 6개월(1심 구속 만기 기간) 지난 후 검찰이 구속 기간 연장해도 재판 거부"라는 대통령 측 말을 두고 사회자와 정치평론가의 대담프로를 보았다. 그 순간 기가 막힌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검찰을 향해서 어깃장 놓는 것처럼 들렸다. 속담처럼 '방귀 뀐 사람이 성낸다'고 딱 그 짝이다. 파고들수록 끝 없는 의혹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생겨나 그 끝이 어디인지도 궁금하다. 그것을 다 캐내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러야 할는지도 모른다. 자기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주변 사람들의 고통이나 사회적 추락은 보상받을 길도 없다. 이제는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고 결국 자기 혼자 남게 되는 참혹한 결과가 눈에 보일 만큼 빤한 일이라 같은 인간으로 가슴 아프다. 지금도 측근 몇 사람 말고는 아무도 없지 않은가. 나중에 그들마저 떠나게 된다면 그때는 사막 가운데 홀로 선 심정이 되고 말 것이다.

내가 만약,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라면, 대통령의 지금 처지와 같다면, 또 내 나이 일흔일곱이라면, 나는 망설임 없이 이런 결단을 내렸을 것이다. 설령 대통령 생각대로 정치보복이라 해도 좋고 검찰의 일방적인 판단이라고 해도 좋다. 사람이 살다 보면 도저히 피치 못할 일이 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라면 앞으로 남은 인생이 얼마만큼인지는 몰라도 살 만큼은 살았으니 지금이라도 모든 걸 내려놓고 다가올 남은 인생을 준비할 것이다. 검찰의 이야기와 함께 재직기간 있었던 일들을 모든 국민이 알 만큼은 알고 있어 그것을 바르게 세우겠다고 몸부림을 치면 칠수록 더욱 초라한 모습만 보인다. 몇 가지 의혹은 풀리겠지만, 썩은 줄기는 감출 수가 없다. 말 그대로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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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도 때라는 것이 있다. 심을 때와 거두어들일 때를 모른다면 그가 비록 대통령이라 해도 시골 농부보다 못하다. 때를 놓치지 않고 때맞춰 살려면 여태까지의 삶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자신의 말대로 모든 게 자신의 잘못이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했으니 그 말에 책임지면 되는 것이다. 전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은 최악으로 보이는 상황이야말로 포기하면 안 되는 때라는 것을 알고, 이번만큼은 자신에게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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