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상회] (3) 청춘건어물 임종윤 대표
수매 당일부터 상품 판매 '신뢰·저렴' 철학 실현 앞장
"사회적기업으로 키우고파…복지국가 전환 보탬될 것"

"건어물에 청춘을 걸었습니다!"

'청춘건어물' 임종윤(31) 대표는 '건어물 소믈리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남해에서 나는 멸치, 서해에서 나는 멸치가 특성이 다르고, 건조방법에 따라 제각각이에요. 육수 맛도 다릅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맛을 내는 멸치를 골라준다는 의미로 건어물 소믈리에라고 이름 붙여봤습니다." 그의 말대로 청춘건어물은 다양한 종류의 멸치를 판매한다. 이 외에도 쥐포, 아귀포, 건미역, 오징어, 김 등 건어물을 취급한다.

임 대표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건어물과 선뜻 연결되지 않는다. 그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사회적기업에서 일을 했고, 시민운동가로 활동했다. 사회복지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를 먼저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정당에 가입해 정치활동도 했다. 사회복지기관에서도 일했다.

건어물과 아무런 접점이 없었던 임 대표가 건어물과 첫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아내의 임신이었다. "맞벌이를 하던 아내가 임신을 하면서 혼자 생활비를 벌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사회복지사 월급으로는 어려웠죠."

청춘건어물 임종윤 대표가 주력 상품인 멸치를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신뢰할 수 있는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철학 아래 건어물을 판매한다. /강해중 기자

다른 일을 찾던 그에게 지인이 사업을 권했고, 임 대표는 지인의 소개로 건어물유통기업에 취업할 수 있었다. 멸치와 첫 만남이었다. 제품 포장으로 시작해 배송, 매장 관리를 거쳐 공장 책임자 자리까지 고속 승진했다. 승승장구했던 그는 1년 9개월 만에 회사를 나왔다. "사업 경험이 전혀 없어 일을 배우기 위해 회사를 다녔어요. 어느 순간 내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업 구상을 하던 그에게 은인이 나타났다. 멸치권현망수협 마산지소 28번 중매인 천태문 씨였다. 임 대표는 천 씨의 대리인으로 경매장에 나섰다. 주위 중매인들의 시선은 달갑지만은 않았다. "중매인들이 처음에는 신기해했죠. 2세 중매인은 있지만, 아무런 연관 없는 젊은이가 경매장을 들락거리니까요. 3개월이면 그만둘거라 생각했다고 하더라고요." 임 대표는 부지런히 새벽 경매장을 찾아 그날 멸치 상태와 수량 등을 점검하고 경매에 참가했다. 중매인들의 시선도 바뀌었다. 지금은 오히려 중매인들이 임 대표를 찾아 멸치 상태와 물량 등의 정보를 얻어가기도 한다.

2016년 10월 노점상으로 사업을 시작한 임 대표는 지난해 창원시 1인창조기업에 선정돼 기계 구입비용 일부와 컨설팅 비용, 포장지 등 부자재 제작 지원을 받으면서 작지만 번듯한 가게를 차릴 수 있었다.

청춘건어물은 '신뢰할 수 있는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철학 아래 수매 당일 멸치 판매를 시작한다. "멸치는 저장성이 좋아 수매한 것을 저장하고 먼저 보관해둔 멸치를 꺼내서 팔아요. 이런 상품은 갓 수매한 것보다 맛이 못합니다. 소비자들에게 보다 신선한 멸치를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임 대표는 사람들이 멸치가 마산 특산물임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많은 분들이 멸치가 마산의 특산물이라는 사실을 잘 모릅니다. 경매장이 있는 줄도 몰라요. 마산 바닷물이 더럽다는 선입견이 아직 남아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통영 선단이나 마산 선단 모두 같은 바다에서 멸치를 잡아요. 위판 장소가 다를 뿐입니다. 멸치도 마산 특산물이라는 점을 많은 분들께 알리고 싶습니다."

임 대표는 복지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복지사회로 가는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 "청춘건어물을 사회적기업으로 키우고 싶어요. 예를 들어 '소분포장'은 어르신이나 장애인 누구나 할 수 있거든요. 이런 분들의 일자리를 해결할 수 있는 사업체로 만들어 우리나라가 복지국가가 되는 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청춘건어물의 상품은 가게(창원시 마산합포구 신마산시장길 6-2, 전화 010-6246-0290)를 직접 방문하거나, 네이버 스토어팜 '창원아재들'(http://smartstore.naver.com/cwuncle)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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