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인 임금서 절반 더 깎아, 감원 대신 노사상생 선택

STX조선해양 노사가 일자리는 지키는 대신 임금을 대폭 삭감하기로 합의했다. STX조선 노동조합과 사측은 10일 오후 5시 55분께 노사확약서를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노사확약서 제출은 정부와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요구한 제출 기한을 하루 넘겨 이뤄졌다. 생존을 놓고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논의한 결과다.

◇"인적 구조조정 없는 고통 분담"에 합의 = 금속노동조합 STX조선지회는 지난달 26일 전면 파업 이후 사측과 교섭에 나선 지 9일 만에 구조조정안에 의견 접근을 했다고 밝혔다. STX조선지회는 지난 2일부터 사측과 교섭을 하며 감원을 막고자 교섭에 집중해왔다.

STX조선 노사는 노사확약서 제출기한을 하루 넘긴 10일 새벽 1시 20분께 상여금·통상임금 삭감, 무급 휴직 등 큰 틀에서 합의를 했지만, 세부 비율 등을 놓고 진행된 협상은 이날 오후까지 진통을 겪었다.

애초 사측은 인적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 협의를 요구해왔지만, 지난 9일 밤부터 노조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인적 구조조정 없이 상여금·통상임금 삭감, 무급휴직 등을 논의했다.

사측은 10일 오전까지 노조와 합의한 확약서를 정부와 산업은행에 제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세부 문구를 두고 이날 오후 5시 55분까지 노조와 줄다리기를 했다.

10일 STX조선지회는 조합원에게 사측과 합의 내용에 대해 보고대회를 하고, 사측과 합의에 집중했다. 그 결과 노사는 '통상임금 5% 삭감, 상여금 300% 삭감, 무급휴직 6개월' 등에 합의했다. 임금 삭감이 몇 년간 지속하는지 등 노사확약서 전체 내용은 노사가 비공개했다.

이번 노사 합의는 노동자 처지에서 기존 임금의 절반 수준을 덜 받겠다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노동자들이 고통 분담을 추가로 감내하겠다고 받아들인 것이다.

노동자들은 이미 지난 2016년부터 상여금을 800%에서 600%로 줄였고, 하계 휴가비, 배우자 건강검진, 미취학 자녀 및 영유아 자녀 보조금, 의료비 보조금, 체육행사비, 긴급 가계자금(대출), 장애자녀 보조금, 경로보조금 등 복지 관련 비용도 받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유급휴직 6개월, 무급휴직 1개월도 시행 중이다.

STX조선지회는 전면파업에 나서면서 인적 구조조정을 막되, 임금 삭감 등의 고통분담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정리해고가 예고돼 있고, 회사 존속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노사 자구안 수용할까 = 사측은 지난달 19일 고정비 40% 삭감을 위해 생산직 75%를 구조조정해 생산직 690여 명 중 500명가량이 회사를 떠나야 한다는 안을 제시해왔다.

하지만, 두 차례에 걸친 희망퇴직, 아웃소싱 신청자가 144명에 불과했다. 사측은 대표이사 담화문을 통해 희망퇴직 등을 종용하며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대대적인 정리해고를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STX조선지회 관계자는 "고용이 담보되면, 임금은 일정 부분 고통 분담을 하고자 해왔다. 오늘 최대한 협의를 해서 결정을 했다. 임금은 삭감되지만, 돌아갈 곳이 있는 것이다. 9일 자정을 앞두고 사측과 인원감축 없는 안을 주제로 논의가 시작됐다. 11일 오전 조합원 간담회를 열어 합의한 부분에 대해 이해를 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9일까지 요구한 노사확약서 제출이 늦어지자 10일 원칙적으로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밟겠다는 태도를 전했다. 하지만, 이날 노사 합의 내용이 산업경쟁력 컨설팅 보고서에 부합한 내용의 자구안이 마련된다면, 이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도 동시에 보였다.

산업은행은 "이미 시한이 지났다. 법정관리로 가고 있다. 하지만, 컨설팅 보고서에 맞는 자구안이 오면, 검토해서 법정관리 신청을 안 가고 자구 계획안대로 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경남지부와 노동자 생존권 보장 조선소 살리기 경남대책위는 정부에 STX조선 정상화 지원, 산업은행에 노사 자구안 수용을 촉구했다. 경남대책위는 STX조선 노사확약서에 대해 '인적 구조조정을 저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뼈를 깎는 심정으로 고통 분담에 동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부터 STX조선의 정상화 여부는 정부와 채권단으로 넘어갔다. 노동자의 양보와 고통분담에 누구라도 흠집을 내려는 시도가 있다면 어떤 경우도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채권단과 정부가 STX조선의 영업활동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영업활동에 따른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을 보장해 STX조선이 정상화로 가는 길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