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바다 품은 명소 멋스러운 건축 재발견

거제시 거제면은 멀리서도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마을을 품은 산 정상에 누각 하나가 등대처럼 솟아서다. 이곳 옥산성지 수정봉에서는 기성 8경이 훤히 보인다. 기성은 거제의 옛이름이다. 거제면은 기원전 삼한시대 변한 독로국에서 신라,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는 거제현 관아가 섰던 곳. 역사가 깊은 고장인 만큼 온갖 것을 다 아우른다. 현대적인 갤러리에서 암자와 성당, 향교와 서원, 100년을 훌쩍 넘은 초등학교까지 모두 품은 곳이 또 있을까. 넉넉한 품이 다정한 '거제의 유산'을 훑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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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거제향교(기성로7길 10 거제향교)

(2) 복개천식당(기성로 27) = 신선한 낙지를 재료로 정갈한 음식을 내는 곳.

(3) 거제초등학교(읍내로2길 20) = 본관 건물은 등록 문화재 제356호다. 1907년 개교. 가정집 온돌방에서 시작한 학교는 1911년 기성관을 교사로 수리해 썼다. 1956년 정부지원금에 지역주민 헌금을 합쳐 본관을 세웠다. 주민들은 건물 재료로 쓰인 화강암을 손수 채석하고 가공하여 옮겼다. 붉은벽돌도 마찬가지, 찍어내고 날랐다.

▲ 국가등록문화재 거제초등학교 본관.

(4) 거제현 관아 기성관·질청(읍내로2길 22·23) = 조선시대 행정·군사를 함께 책임지는 거제부 관아 중심. 거제현 관아 건물 하나인 '동헌'은 헐리고 그 자리에 면사무소가 섰다. 부속 건물인 기성관과 질청 건물이 남았다. 지금 기성관은 1976년 완전히 해체했다가 복원한 모습. 질청은 현재 'ㄷ' 자 형태이나, 옛 거제현 지도에는 'ㅁ' 자 형으로 나타난다.

(5) 천주교 마산교구 거제성당(동상2길 11) = 단아하면서 기품 있는 성당. 1935년 옥포 본당에서 분리, 설립됐다. 예수성심전교수녀회 분원이 자리한다. 뒤로는 반쯤 허물어진 건물이 있는데, 한 주민은 "한국전쟁 때 성당에서 부모 잃은 아이들을 거둬 기르는 공간으로 썼다가, 이후 솜이불 만드는 공장으로 썼다. 지금은 개인이 사서 손을 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 천주교 마산교구 거제성당.

(6) 옥수탕(동상1길 9-1) = 40년 된 목욕탕 뒤로 옛 '재건학교' 터가 있다.

▲ 40년 된 목욕탕 옥수탕.

(7) 갤러리 거제·초담갤러리(읍내로 29 1층·2층) = 2층짜리 건물 아래는 갤러리 거제, 위층에는 초담갤러리가 있다. 갤러리 거제 정홍연 대표는 옥산성지에 반해 읍내를 택했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가게는 항시 그림을 거는 전시장이 됐다. 초담갤러리 김진희 대표는 17년 동안 동상리에서 내공을 쌓아 마침내 2016년 갤러리를 열었다. 초담갤러리에서는 매월 첫째 주 화요일 진해 문화공간 흑백 지킴이인 피아니스트 유경아 공연이 열린다.

▲ 갤러리 거제.

(8) 반곡서원(동상3길 31-8 반곡서원) = 향학로를 따라 오르면 오른쪽으로 세진암, 왼쪽에 반곡서원이 있다. 서원은 문정공 우암 송시열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고자 1704년(숙종 30년) 창건했다. 전형적인 항교 배치 '전학후묘(교육공간은 앞쪽에, 제례공간은 뒤쪽)' 양식.

(9) 세진암(동상3길 31-6 세진암) = 대한불교 조계종 쌍계사 말사다. 거제 유일 전통사찰로 지정. 대웅전, 용왕각, 범종각, 요사로 구성되어 단출하다. 향나무로 만든 목조여래삼존불좌상(경상남도문화재자료 제325호)을 모신다.

▲ 세진암 범종루. /이서후 기자

(10) 옥산성지(동상3길 109-9 일원) = 조선시대 성지. 경상남도 기념물 제10호. 능선 굴곡을 따라 자연석을 다듬어 쌓아 올렸다. 성지에 있는 누각에서 내려다보는 거제면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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