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웠던 겨울을 서서히 밀어내고 따스한 햇볕 흩날리는 4월. 본격적으로 봄이 시작되는 만큼 여기저기서 결혼 소식이 들려온다. 얼굴 맞대고 청접장을 받거나, 모바일로 소식을 알려올 때면 축하의 말을 건넨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답이 있다. "너는 좋은 소식 없느냐?"라는 안부와 함께 "이제 노산이다." 비단 결혼을 앞둔 이들에게만 듣는 말이 아니다. 비혼을 선언하지 않은 이상, 혼기가 찼거나 지난 여성이라면 한 번쯤 들어 봤을 말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그저 웃어넘겼던 말이 반복되자, 꼭 해야만 하는 일을 하지 않거나 못한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특히 기자와 비슷한 처지의 남성은 듣지 않는 '임신'이란 단어가 나올 때면 우물쭈물하기 마련이었다.

미투운동이 확산하면서 페미니즘과 여성문제가 계속 화두가 되고 있다. 사회 곳곳 여성의 관점에서 인식을 확장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똑같은 질문이 반복되고 여성의 관습적인 역할과 기대는 여전하다.

최근 서울시 복지정책 홍보물이 논란된 바 있다. 세대별 맞춤형 정책을 알리는 홍보물은 여성을 육아, 남성을 구직에 초점 맞춰 성 역할을 고정시켰다. 여성의 삶을 출산과 육아에만 한정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시는 결국 홍보물을 교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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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시기가 늦어진 미혼 여성에게 '노산'이라고 친절히(?) 알려주는 그 말에 이미 정해 놓은 '답'이 강요돼 있다. 여자는 결혼하고, 반드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답.

기자는 비혼주의자가 아니다. 단지 현재의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걱정을 포장한 "노산이다"라는 말에 기꺼이 답하겠다. 그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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