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에 관세 부과…무역전쟁 양상
보호무역은 공멸 누가 먼저 꼬리내릴까

최근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일 태세로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다. 시작은 미국이 했다. 중국의 대미무역 흑자가 너무 많으니 중국에서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에 엄청난 관세를 부과해서 무역불균형을 어느 정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 같은 으름장에 중국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이다.

미국이 요즘 중국에 하는 모양새는 '플라자 합의(Plaza Accord)'를 떠오르게 한다.

1980년대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경제대국이었다. 지금의 중국처럼 미국과의 무역에서 엄청난 흑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독일도 그랬다. 미국은 그것이 못마땅했다. 미국은 1985년 9월22일 뉴욕 플라자호텔에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대표들을 불러모았다. 미국은 일본의 엔화와 독일의 마르크화의 가치가 달러 대비 너무 낮아서 국제 무역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며 엔화와 마르크화의 가치를 대폭 올릴 것을 요구해 관철시켰다. 이것이 플라자합의다. 그 결과로 엔화는 달러당 240엔이던 것이 플라자합의 이후 3년 뒤에는 123엔까지 내려갔다. 즉 미국 시민들은 예전에는 240엔짜리 일본 제품을 사려면 1달러만 주면 됐지만 플라자합의 이후에는 같은 제품을 2달러 가까이 지불해야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일본 제품은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갔다. 어쩌면 그 덕분에 우리나라 제품이 대체품으로 각광을 받게 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일본은 그 여파로 20년 넘게 경제 수렁에 빠져 헤어나지 못했다. 일본은 플라자합의 이후 경기가 침체되자 경기를 부양하고자 저금리 정책을 썼다. 그 덕분에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었지만 저금리 기조가 계속 유지되자 기업과 국민들은 대출을 해서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심지어 외국의 부동산까지 마구 사들였다. 부동산에 거품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위험을 느낀 일본의 금융기관들이 약 1년 만에 금리를 2.5%에서 6%까지 올려버렸고, 부동산과 건설업에 대한 대출도 묶어버렸다.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면서 대혼란이 일어났고 일본 경제도 무너졌다. 일본 정부가 다시 금리를 인하하고 1995년까지 엄청난 규모로 재정을 풀었지만 한번 호되게 당한 일본인들은 다시 지갑을 열지 않았다. 자연히 투자도, 일자리도 줄었다. 일본 경제는 그 뒤로 20년 동안이나 빛을 보지 못하다가 최근에서야 투자가 늘어나고 실업률도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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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국의 속내는 아마도 과거 일본에 했던 것처럼 중국에도 '플라자합의'를 요구하고 싶지만 이미 중국의 국력이 과거의 일본과는 다르고, 일본이나 독일처럼 전범국가도 아니어서 어거지로 밀어붙일 수 없기 때문에 '관세'를 들고나왔을 것이다. 즉 보호무역장벽을 앞세워 변형된 형태의 '플라자합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도, 중국도 강력한 보호무역은 서로가 공멸하는 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실제 무역전쟁으로까지 이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누가 먼저 꼬리를 내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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