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승·박채린 커플 '주체적인 삶' 고민
워킹홀리데이 함께 떠나
각자 생태 건축·일러스트
일하며 소통하기로 약속

이런저런 일로 사람들을 만나면서 평소 눈여겨본 젊은 친구들이 몇 있다. 어찌 보면 불안한 방황 같기도 하고, 치기 어린 욕심 같기도 한 그들의 생각, 그리고 그들이 하는 일들. 하지만, 팍팍한 세상살이에 휩쓸리기보다는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진짜 자기 삶을 찾아가는 모습에 흐뭇한 마음이 든다. 결국은 기성세대가 만든 체제로 돌아오게 될지라도 이런 경험이야말로 더욱 뿌리깊은 부분에서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젊은이 중 누구보다 열심히 청춘 시절을 보내는 김두승(27)·박채린(27) 커플을 소개한다.

◇인연에서 연인으로

김두승 씨는 지난해 9월 경상대를 졸업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자주 여행을 했다. 그러면서 우연히 서핑(파도타기)도 배웠다. 생태 건축을 전문으로 하는 목수가 되는 게 목표다. 그는 최근까지 전국에 있는 생태 건축 현장에서 일을 했다.

목수 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생태 건축 특유의 작업이 많다. '단단하고 편리하게'가 현대 주택 건축의 목표였다면, 지구 환경 위기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늘면서 건축으로 이를 극복하자는 게 생태건축이다.

생태 건축 공사를 하고 있는 김두승 씨. /김두승

박채린 씨는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이를 통해 무언가를 기록하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 부산에서 태어난 박 씨는 무작정 집에서 벗어나고 싶어 아무 연고 없는 경상대에 입학했다.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임용시험 준비를 핑계 삼아 계속 진주에서 시간을 보냈다. 커피를 배우고 진지하게 사진 작업을 하기 시작한 때다. 그러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고민은 계속됐다.

이런 고민을 담아 2016년 11월 '청춘의 체계'란 전시를 진주의 한 카페에서 열기도 했다. 정신없고 산만한 자신에 대한 탐구로 시작했지만, 결국은 어느 삶이나 적용할 만한 체계적으로 정리된 청춘이란 게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나아갔던 것이다.

둘은 이렇게 각자의 인생을 탐구하면서 무언가를 조금씩 해내고 있었다. 이들은 진주 한 카페에서 열린 핼러윈 파티에서 우연히 만났다.

2년 반 전쯤의 일이다. 무심한 첫인상이었다. 이후로도 울산과 부산에서 온 유학생이라는 공통점을 핑계로 더러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성격도, 하는 일도 달랐지만 뜻밖에 말이 잘 통했다. 삶에 영감을 주는 좋은 글귀나 기사를 서로 공유하는 일도 잦았다.

박채린 씨의 표현을 빌리면 "주체적인 삶, 꿈의 실현, 배움에 대한 애정, 미래 지향적인 삶, 그리고 함께 하는 것의 가치"에 공감한 것이다. 그렇게 인연은 연인이 됐다.

◇새로운 도전, 뉴질랜드

김두승, 박채린 커플은 지난 3일 뉴질랜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떠난 길이다. 이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여행 중에도 합법적으로 취업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외국에서 살아보는 건 두 사람의 오랜 꿈이었다. 두승 씨로 보면 주변 친구들이 사회에서 안착하기 시작하면서 불안감이 커졌다.

더 나이가 들면 시도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컸다. 채린 씨에게도 의미가 큰 도전이다.

"이제야 딸내미를 진짜 세상으로 보내는구나." 뉴질랜드로 떠나는 딸에게 건넨 아빠의 이 말이 큰 의미로 다가왔다. 아빠의 말에 채린 씨는 '타인을 해치거나 그들의 시간을 무상으로 훔치거나 하지 않고, 누군가를 교묘히 이용하지 않고, 내 속에 있는 난로 같은 욕망을 일부러 꺼뜨리거나 하지 않고, 최선의 용기로 타오르겠다'고 기원했다.

▲ 박채린(왼쪽), 김두승 커플. /이서후 기자

워킹홀리데이로 뉴질랜드 최대 체류 기간은 1년이다. 둘은 일단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가지만, 가능하면 그곳에서 일자리를 구해 정착해보려고 한다. 두승 씨는 생태 건축일을 찾아볼 것이다.

그리고 채린 씨는 그가 하는 일을 열심히 기록할 것이다. SNS에 올라온 글을 보면 뉴질랜드에 잘 도착했고, 일도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하다.

채린 씨는 뉴질랜드에서의 일상을 일러스트 형태의 만화로 그릴 계획이다. 이미 1편이 글과 함께 페이스북에 공개됐다. 떠나오는 날의 심정을 그린 것이다. 익숙한 것에서 완전히 분리되었다고 시작하는 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완벽할 수 없는 인생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생명력을 더욱 증폭시킬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어떤 이들에게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삶이 가치가 있고, 또 어떤 이들에게는 가시덤불이 가득한 통로가 자기 삶의 유일한 탈출구가 되기도 한다. 나는 - 나는 내가 감히 그렇게 살 수 있을 거로 생각지도 못했던 삶 속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2016년 박채린 씨가 했던 '청춘의 체계' 전시. /이서후 기자

◇청춘이란 무엇인가

뉴질랜드로 떠나기 며칠 전 이 커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평소 하고 싶었던 질문을 던졌다. 청춘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하는 거다.

두승 씨는 당장 얻을 수 있는 행복을 뒤로 미루지 않는 게 청춘이라고 했다.

"20대 초반에 여행 다니면서 만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네 나이가 참 부럽다'는 거예요. 전 직업도 없고, 미래도 불분명한데 무엇 때문에 이런 나를 부럽다고 말할까. 그러다가 저희 부모님들을 보니 가족이 있고 하는 일들이 있으시니까 하고 싶은 걸 못하고 사시는 것 같더라고요. 나도 언제가 저렇게 되기 전에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살아야겠다 싶었어요."

박채린 씨가 그리는 뉴질랜드 일상 그 첫 번째 이야기. /박채린

채린 씨는 유연한 시행착오의 시기라고 했다.

"청춘은 조립의 시기라고 생각해요. 어떤 일을 해보다가 아닌 것 같으면 또 다른 일을 해보고, 그게 또 불편하면 다른 걸로 바꿔보고 하면서 그렇게 온전한 내 모습을 찾아 하나씩 꿰 맞춰가는 거죠. 그게 지금 제가 느끼는 청춘이에요. 관절이 유연한 시기라고 할 수 있죠. 나이가 들면 이런 관절이 굳어버려서 새로운 일을 시도하기가 어려워질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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