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잡은 총, 모든 걸 쏟았죠"
도민체전 사전경기 출전
학생·일반인으로 팀 구성
트랩 2위 등 단체전 선전

'세계사격선수권대회'가 오는 8월 창원에서 열린다. 앞서 창원시는 대회에 대비해 지난 2년간 '창원 국제사격장 리빌딩 공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여기, 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 나서는 선수보다 한 발 앞서 신축 경기장을 경험한 이들이 있다. 실력은 그들보다 떨어질지 몰라도 사격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같다. 제57회 경남도민체육대회에 출전한 하동군 사격팀이다.

도민체전 사격종목은 지난달 29일~지난 1일 사전 경기로 치러졌다. 세계사격선수권대회 준비로 지난 2년간 도민체전에서 사격 종목은 제외됐다. 오랜만에 창원사격장을 찾은, 각 시·군을 대표하는 선수들은 그동안 쌓였던 그리움을 한 발 한 발 있는 힘껏 쏟아냈다.

하동군 사격팀은 일반부 산탄총 트랩·공기총(권총·소총), 고등부 남녀 공기총(권총·소총) 선수로 구성돼 있다. 일반부 선수는 생업에 종사하면서 취미로, 특기로 사격을 하고 있다. 고등부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공기총을 처음 잡아봤다. 그럼에도 하동군 사격팀은 일반부 트랩 단체전 2위·공기총 단체전 3위, 고등부 공기총 단체전 3위를 차지했다. 군부 출전팀이 적었던 까닭도 있지만 트랩 개인전 2위로 팀 성적을 높였던 윤종영(32)은 다른 이유 하나를 덧붙인다.

"사격을 향한 열정이 있으니까요. 지난 2년간 경기가 열리지 않다 보니 대다수 군이 이번 도민체전 사격 종목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을 거예요. 그러면서 사격 종목 자체를 포기하기도 했죠. 하동군도 마찬가지였어요. 선수도 인프라도 모두 부족했죠. 그래도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다행히 하동군체육회도 믿고 전폭적인 지원을 보내줬어요."

창원종합사격장에서 열린 제57회 경남도민체전 사격 남자일반부 군부 트랩 종목에서 단체 2위에 입상한 하동군 사격팀. /이창언 기자

윤종영의 예상은 적중했다. 고등부 선수는 물론 일반부 선수는 손끝에서 온몸으로 퍼지는 타격감을 즐겼고 그 속에서 단체전 입상이라는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냈다. 추억도 동시에 잡았다. 남자 고등부 선수들은 경기 후 "처음에는 표적을 잘 보고 방아쇠만 당기면 끝나는 스포츠인 줄 알았다"며 "하지만 막상 접하고 나니 정말 어려웠다. 그럼에도 한 발 한 발 쏠 때마다 늘 새롭고 즐거웠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대회에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특히 '집중력 향상'을 강조했다. 오롯이 표적과 손끝 감각에만 집중하다 보니, 어느 순간 주변 소리는 차단되고 시야도 좁아졌다는 게 이들 설명이다. 고등부 한 선수는 "그 기분을 공부에 접목한다면 금방 성적이 오를 듯하다"며 웃었다.

이 같은 효과에 '더 많은 이들이 사격을 접했으면 좋겠다'는 게 윤종영의 바람이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중학교 때 공기권총으로 사격에 입문한 윤종영은 고교 2년 때 도민체전에서 개인전 2위·단체전 1위를 차지하는 등 하동군을 대표하는 사격인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수시로 듣던 이야기는 '그 위험한 걸 왜 하냐', '다른 운동을 해라' 등이었다.

윤종영은 "총과 관련한 각종 사건·사고가 언론을 통해 나올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사실 사격만큼 안전한 운동도 없다"며 "실제 사격장에서는 옆 사람과 잡담조차 함부로 할 수 없다. 트랩 종목은 개인총기 허가 없이는 참가할 수조차 없다. 총기 역시 평소에는 사격장에 안전하게 보관한다"고 말했다.

물론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닌 까닭에 입문 자체가 힘든 점도 있다. 그럼에도 윤종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스포츠'임을 강조한다.

트랩 종목에서 산탄총으로 직경 110㎜, 높이 25~26㎜, 무게 105g의 날아가는 표적을 맞힐 때 느끼는 쾌감은 일상 스트레스를 날리기에 충분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여기에 그는 25표적을 5라운드에 걸쳐 쏘고, 한 번 쏠 때마다 한 칸씩 사대를 이동하는 등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점도 사격 묘미로 언급했다.

윤종영은 "사격 종목은 연계육성도 어렵고, 인프라도 부족하다. 하동만 하더라도 연습 한 번 하려면 창원이나 전북 임실을 찾아야 한다"며 "그럼에도 쉽게 놓을 수 없다. 사격이 누구나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도약하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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