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영부영'은 조선시대 정예 부대 '어영청'이 조선 말기로 오면서 기강이 풀어져 형편없는 오합지졸에 불과해지자, 어영청은 군대도 아니라는 뜻으로 '어영비영(御營非營)'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 1983년 창립돼 주택건설업·주택임대업 중심으로, 1990년대 후반 급성장한 굴지의 건설사가 떠오른다.

그 건설사는 어영부영하다 일을 그르치는 형국이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동 무허가촌 주민을 대하는 태도가 그렇고, 아파트 공사 현장 노동자를 대하는 자세도 그렇다. 아파트 준공 조건에 필요한 도로를 개설하고자 무허가촌에 필요한 만큼만 보상하겠다는, 안전이야 어떻든 공사만 빨리하면 된다는 식이다.

지난달 16일 그 건설사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방수작업 노동자가 추락해 숨졌다. 지난해 3월에도 추락사고가 있었다. 안전감시단으로 일하던 직원들은 안전 불감증 실태를 털어놨다. 그 건설사 현장소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 특별감독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211건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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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포4·5통주민대책위원회는 지난달 연일 일괄보상과 현실적인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창원시청 앞에서 집회를 했다. 그 건설사를 향해 3년째 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 그 건설사 지역본부는 또다시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민간 영역이라 개입할 수 없다"던 창원시가 보다 못해 그 건설사 본사에 답을 요청했다. 관계자 말에 따르면 지역본부는 본부로, 본부는 지역본부로 서로 책임을 미루는 모양새다.

가포4·5통주민대책위원회는 "10일까지 그 건설사 본사가 답을 내놓든지 또는 본사 직원이 시청을 방문하기로 했다"며 일시적으로 집회를 중단했다. 그 건설사 본사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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