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돋보기]흥남철수공원 조성·빅토리호 인수 제자리
기재부 통과 좌절돼 변경, 2020년께 본격 추진 예상
선박 협상도 만만찮을 듯

거제시가 추진하는 흥남철수기념공원 조성사업과 레인 빅토리호(이하 빅토리호) 인수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흥남철수기념공원 조성은 국가보훈처를 통해 현충시설 설치사업으로 진행했지만 기획재정부 예산통과에서 좌절됐다. 이에 시는 관광자원개발사업으로 방향을 틀어 다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 완료 시기 또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애초 시는 6·25 한국전쟁 당시 흥남철수작전에 투입됐던 선박들이 정박했던 옛 장승포여객선터미널을 활용해 사업을 계획했다. 모두 240억 원이 들어가는 사업으로 2022년 완료를 목표로 잡았다. 시는 국가보훈처에 현충시설 설치 국가사업으로 추진을 건의했고 지난해 현충시설심의위원회도 통과했다.

▲ 지난 6일 오전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서 열린 추도행사에 참석한 벌리 스미스(왼쪽) 씨가 흥남철수기념비 앞에 헌화하고 있다. /유은상 기자

하지만 기획재정부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기획재정부가 현충시설 사업으로 보기 어렵다며 예산 배정을 하지 않으면서 사업은 암초에 걸렸다.

이에 거제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를 거쳐 관광자원개발사업으로 재추진에 나섰다. 재정계획을 변경해 경남도 지방투융자심사와 중앙 투자심의 등을 거쳐야 하기에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상대로 승인과 각종 절차를 거치면 2020년께 사업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빅토리호 인수도 역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빅토리호는 1950년 12월 15일 흥남철수 작전에 투입된 역사적인 선박이다. 당시 흥남철수작전에 투입된 메러디스 빅토리호 등은 피난민 1만 4000여 명을 태워 거제까지 안전하게 수송했다.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구조작전에 성공한 배로 인정돼 2004년 기네스북에 등재된 바 있다.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퇴역 후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항구에 정박해 버지니아주 포츠머스시에서 역사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시는 선박을 정박·전시할 기반 시설인 흥남철수기념공원이 가닥을 잡지 못하다 보니 본격적인 협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다만 영사관 등을 통해 계속해서 접촉을 하고 있다.

시는 선박운영사의 입장이 지난해부터 다소 긍정적으로 선회했다는 분위기가 전해지면서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빅토리호가 역사박물관으로 지정된 탓에 그동안 운영사가 난색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정부 지원이 끊겨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역시 넘어야 할 벽이 많다. 본 협상에 나서면 선박 인수 금액과 조건, 절차 등도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시는 차선책으로 똑같은 선박을 건조하는 방법도 검토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현재 거제시는 빅토리호 설계도를 확보해둔 상태다.

거제시 관계자는 "두 사업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긍정적인 신호도 많다. 특히 대통령께서 많은 관심을 두고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장승포가 국토교통부 휴먼다큐 도시재생뉴딜사업에 선정됐고, 거제포로수용소유적 등과도 시너지 효과가 발생해 관광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다소 늦어졌지만 더 착실하게 꼼꼼히 챙겨서 반드시 사업이 성사될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6·25 한국전쟁 당시 흥남철수작전 성공에 이바지한 메러디스 빅토리호 승선원 일행이 6일 거제를 찾았다. 벌리 스미스 씨 가족과 6·25 참전용사 가족 등 방한단 12명은 이날 오전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 흥남철수 작전비 앞에서 열린 추도행사에 참석, 작전에서 희생된 군인과 피난민을 추모하며 묵념과 헌화를 했다.

스미스 씨는 "미국 전역에 있는 12명의 친구와 함께 올 수 있어 기쁘고 모두 반갑게 맞아줘서 몹시 고맙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당시 목숨을 걸고 함께했던 이들과 희생된 이들을 추모했다. 이렇게 다시 찾을 수 있어 그날이 생각나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국가보훈처와 거제시는 국민을 대신해 스미스 씨 일행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또 대통령 명의의 기념 손목시계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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