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 베리트 세케이 울탕
거제 옥포 정착 후 작업한
추상화 30점 15일까지 전시

노르웨이 숲일까, 거제 바다일까.

오세 베리트 세케이 울탕(노르웨이) 작가가 갤러리 거제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직관적인 풍경'이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그녀는 2013년 거제 옥포로 왔다. 조선업을 하는 남편을 따라 타국 생활을 시작했다.

노르웨이에서 화가로 왕성한 활동을 했던 작가는 한국에서 새 작업을 시작했다. 수묵화를 익히고 한지 공예를 배웠다. 전주, 안동을 찾아 한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봤다. 강하지만 부드럽고 투명한 듯 불투명한 종이에 매료됐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한 추상화 30여 점은 한지에 그려졌다. 작가에게 낯선 종이는 큰 영감이 됐다.

직관적인 풍경이라는 제목을 달았기에 그림 속 중첩한 이미지는 산이나 바다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 보는가는 관람객의 몫이다. 그래서 그림 제목도 없다.

노르웨이 출신 오세 베리트 세케이 울탕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 서 있다. /이미지 기자

작가는 붓질도 멈추지 않았다. 작품 군데군데 그어진 힘찬 선은 즉흥적인 풍경의 완성도를 더 높였다. 색도 오묘하다. 북유럽 숲의 어둠과 한국의 강렬한 색이 섞였다.

작가는 "옥포로 이사해 인상 깊었던 점 중 하나는 많은 사람이 강한 색채의 옷을 즐겨 입는다는 것이었다. 집의 페인트칠도 그랬다. 이런 색을 좋아한다. 큰 에너지를 받는다"고 했다.

잠시 머무르는 한국 숙소 바닥에서 허리를 굽혀 작업을 한 '서양' 화가는 먹과 색한지, 한국화 특유의 채색 특징을 잘 살려 자신만의 작품으로 완성했다.

작가는 이르면 내년 노르웨이로 돌아간다. 한지 작업은 계속된다. 수공예한지는 그 자체로 예술이며 한지를 찢는 행위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준단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정홍연 갤러리 거제 대표는 "거제에 노르웨이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조선업과 관련됐다. 갤러리 거제는 많은 외국인이 찾는 문화 공간이길 바란다. 또 이들이 창작의 열정을 쏟을 수 있는 곳이면 더 좋겠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봄 개관한 갤러리 거제는 지역 작가뿐만 아니라 국외 작가를 초청해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5월 탁영환 작가를 초대해 '미디어 아트'전을 열고 여름에는 일본 조각을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직관적인 풍경전은 15일까지. 문의 055-634-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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