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훈의 〈칼의 노래〉 첫 구절을 빗장 삼아 오늘 글의 문을 엽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단 네 말마디 한 글월로 '텅 빈 가득참'이라도 만끽하게 해주는 듯한 문체 미학의 절륜함을 보여 주는 가구(佳句)라 할 만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4·3' 70주년 추념사의 한 대목(요약)인 "적대의 그늘 걷어내고 인간의 존엄함을 꽃피워 나가자" 중 '꽃피워'를 대하는 순간 앞의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가 불현듯 생각났습니다. '4·3' 학살 참극 이념의 구렁텅이에 영문도 모른 채 처박혀 '말 없는 죽은 자'처럼 사투리로 "속섬헙서" 즉 "말하지 맙시다" 침묵 옥(獄)에 갇혀 연좌 공포에 떨며 죽은 목숨으로 산 무고한 양민들! 그들의 '섬'도 '버려진'이었으며, 그래도 사람 대신 말이라도 하듯이 동백, 유채 그들 '꽃이 피었습니다'! 대통령이 부른 4·3 원혼들도 응답하고 다가오니 김춘수의 시 한 구절이었습니다. '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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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죽어서 산 꽃' 추모

경남 분향소가 칼에 찢겨

희생자 한(恨) 또 울렸네

'배후 이념' 의혹 커졌네

4·3에

'빨강' 굴레를 씌워

모독한 죄 하늘은 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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