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창원시장의 공천 불복과 탈당선언은 약인가 독인가. 개인적 측면을 존중한다면 어쩔 수 없는 막다른 선택으로 치부될 수 있을 것이다. 경선 한번 치르지 못한 채 시장후보 자격을 놓쳐버린다면 한 번쯤 극단적 자기방어 기제를 생각지않을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그것도 거론되는 특정후보에 비해 경쟁력이 크다고 자신을 셀프평가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특별히 비난받지 않았으며 마산야구장을 새로 짓고 로봇랜드를 확장하는 등 지역 숙원사업을 여러 개 벌여놓아 재선을 통해 결실을 보고 싶은 욕망도 없을 수 없다. 하지만, 경남도지사와 창원시장을 전략공천함으로써 지역 보수 지지세를 결집하려던 자유한국당에는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그건 배신이나 해당행위를 넘어 전체 지방선거 판도에 치명적 자충수를 던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올법하다. 비록 기초단체라고는 하나 인구 100만이 넘는 광역급 자치단체인 점을 고려하면 그로써 빚어질 부작용이 어떤 형태로 파급될지 현재로선 속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당의 입장이 어떠하든 또 안 시장의 처지가 어디쯤이든 그런 건 관심거리가 아닐뿐더러 중요치도 않다. 아무래도 유권자들을 의아하게 만드는 것은 그의 발언이다. 안 시장은 시민과 당원 동지에게 드리는 제하 글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되 당선 후 반드시 되돌아와 합리적 중도 보수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역량을 결집할 것임을 호언했다. 이해를 도우려고 굳이 보충설명을 곁들이자면 당적만 잠시 내려놓을 뿐 몸은 여전히 당인임을 상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자유한국당 지지자는 헷갈린다. 공천받은 정식 후보와 무늬만 약간 달라진 후보 중 누구에게 표를 줘야 할까.

예비후보들이 바라고 있던 공정경선을 저버린 당이나 전략공천 방침에 항거하고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후보나 잘하고 못하고는 오십보백보다. 어느 쪽이 암까마귀인지 수까마귀인지 옥석을 가리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실 그런 수고로움을 감당할 필요도 없다. 다만, 공당의 공천이 그 기준을 어디에 두고 있으며 평가 점수는 어떻게 매겨지는지, 그래서 결과적으로 반발과 불복사태를 부채질하는 것은 아닌지 성찰할만한 충분한 근거를 제공했다고 할 것이다. 원칙이 서지 않으면 질서는 실종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번 공천 파동이 웅변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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