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자에게 예우 다하는 선진국
우리나라도 국립묘지 안장 등 나서야

지난 3월 14일에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향년 76세로 생을 마감하고 우주의 별이 되었다. 21세부터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는 루게릭병에 걸려 휠체어에 탄 채 언어합성기로 대화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그의 외모는 일반인에게도 익숙하다. 우주 근원에 대한 끊임없는 그의 연구 열정은 빅뱅ㆍ블랙홀ㆍ중력파 등의 우주론에 기여하였고, 전 세계 1000만 부 이상 팔린 <시간의 역사> 등 과학 대중서의 집필자로도 유명하다. 20세기를 건너 21세기 과학사 아이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과학사에 위대한 이정표를 남긴 스티븐 호킹 박사는 올해 추수감사 예배 중에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안치될 예정이라고 한다. 필자는 스티븐 호킹의 타계에 놀랐지만, 그를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안치한다는 소식에 더 놀랐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왕과 여왕의 대관식이나 결혼식으로 사용되는 영국 왕실을 대표하는 성당이다. 비련의 다이애나와 찰스 왕세자가 결혼을 했던 곳으로 유명한 웨스트민스터는 콧대 높은 영국과 왕실의 권위와 명예를 온전히 상징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신성한 곳에 과학자에게 묘지를 내어 주는 극진한 예우에 필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외에도 만유인력을 정립한 아이작 뉴턴, 진화론을 창시한 찰스 다윈, 전자를 발견한 조지프 존 톰슨 등 많은 과학자가 웨스트민스터에 잠들어 있다는 사실에 과학기술자에 대한 영국인의 존중심을 짐작게 한다. 이처럼 선진국은 과학기술 유공자에 대한 예우와 명예를 높여, 과학기술인이 존중받는 사회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프랑스는 국가 행사에 고위직 관료보다 상석에 배치하며, 스웨덴은 과학기술 유공자가 국가 행사에 입장할 때 왕실이 기립하여 존경을 표시한다고 한다. 우리보다 더 권위적인 중국에서도 과학기술 분야 최고 권위의 종신 직책인 '원사'에 대해서는 차관급 대우를 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과학기술자들의 사기를 앙양하고 과학기술 진흥을 위해 2001년부터 과학기술훈장을 만들어 수여하고 있다. 과학기술훈장은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1등급 창조장, 2등급 혁신장, 3등급 웅비장, 4등급 도약장, 5등급 진보장으로 나누어진다. 또한 2017년 7월에 정부는 '과학기술 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과학기술 유공자법)'을 제정하였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큰 공헌을 한 과학기술 유공자를 예우하고 지원함으로써 과학기술인의 명예와 긍지를 높이기 위함이다. 이 법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 1월에 32명의 과학기술 유공자를 선정한 바 있다. 이원철 국립중앙관상대장, 우장춘 한국농업과학연구소장, 최순달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소장, 이휘소 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 이론물리부장 등 우리나라 1세대 우수 과학자들이 첫 과학기술유공자로 선정되었다.

이들을 포함한 많은 과학기술 유공자의 영면을 예우하는 방법의 하나가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과학기술훈장을 받은 사람이나 과학기술 유공자일지라도 독립유공자, 상이용사, 순직공무원 등 국가유공자와 같이 국립묘지에 당연히 안장되지 못한다. 국립묘지법에 따라 심의위원회의 엄격한 심의를 통과해야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다. 최근 과학기술 유공자를 국가유공자와 같은 수준으로 예우하고 국립묘지 안장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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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 박사와 같은 위대한 과학자가 있기에 과학기술자를 존경하는 사회가 될 수도 있지만, 과학기술자를 우대하는 사회가 되어야 스티븐 호킹 박사와 같은 위대한 과학기술자가 탄생할 수 있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뛰어난 과학기술 인재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들의 열정과 사기가 곧 국가경쟁력이다. 과학기술 유공자에 대한 사회적 예우와 지원이 더 확대되고 존중받는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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