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병원 화재 수사본부, 공무원 16명 기관 통보

155명의 사상자를 낸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고. '사무장 병원' 운영 등 수익에 치중한 병원 측이 불법 증축과 과밀 병상 운영 등을 했음에도 제대로 밀양시 등이 관리·감독을 하지 않아 빚어진 '인재'였다.

경남경찰청 수사본부는 5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사본부는 재난대책본부가 이번 화재로 51명이 숨졌다고 집계했지만, 화재로 숨진 이는 46명이며, 5명은 지병 등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사망자 46명 가운데 2명은 부검 결과에 따라 화재로 숨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수사본부는 화재 원인에 대해 세종병원이 낡은 전기선이 스티로폼을 관통하고 있어 쉽게 불이 날 수 있는 구조였지만, 26년 동안 전기배선 정밀점검을 하지 않고 2차례나 전력증설을 했다고 밝혔다. 이로 말미암아 난방기를 과다하게 사용하면서 전기합선으로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했다.

인명 피해가 커진 원인은 뇌혈관질환과 노인성 질환 등으로 다른 사람 도움 없이 대피할 수 없었던 환자가 많은 상황에서 유독가스가 병원 안 전체로 퍼진 탓으로 파악했다. 수사 결과, 세종병원에는 의무는 아니지만 화재 초기 진화에 필수적인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고, 1층에 설치된 방화문 2개도 철거돼 화염과 유독가스가 곧바로 계단을 통해 건물 위쪽으로 삽시간에 확산했다.

용량이 부족한 수동 비상발전기가 설치돼 화재 당시 작동하지 않으면서 중증환자실 인공호흡기 착용환자 2명과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6명이 질식해 숨지기도 했다. 또 세종병원과 요양병원 사이 2층 연결통로에 설치된 불법 비가림막은 유독가스가 외부로 빠지는 걸 막아 피해를 키웠다. 병원 측은 여러 차례 철거명령을 받고도 이행강제금만 내고 조치를 하지 않았다.

화재 등 비상상황에 대비한 병원 인력도 턱없이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세종병원과 요양병원 전체가 사실상 요양병원 형태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당직인력은 각 층에 간호조무사 1명과 간병인 1~2명만 배치돼 환자들을 신속히 대피시키지 못했다. 화재 발생에 따른 구체적 피난계획도 없었으며, 소방훈련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병원 측이 31차례 변경을 통해 7실 40병상에서 18실 113병상으로 확장하고, 세종병원 5층을 요양병원실로 운용하면서도 행정기관에 허위 보고했다고 밝혔다.

또 적정 의료인수 위반사항에 대해서도 시정명령을 하지 않는 등 관리·감독 부실이 인명 피해를 키웠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이었음에도 밀양시보건소는 형식적인 점검으로 자가발전시설에 대해 적합하다고 판정을 했다. 경찰은 공무원이 세밀하게 점검했다면 이번 화재 때 엘리베이터 속 사망자는 없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수사본부는 자가발전 부실점검과 관련해 밀양시보건소 13명에 대해 자체 징계 등이 필요하다며 '공무원 기관 통보'를 했다. 불법 증축과 관련해서도 이행강제금을 두 해 동안 부과하지 않은 밀양시 건축과 3명을 기관 통보했다.

수사본부는 이번 세종병원 화재 사고를 계기로 △병원급 의료기관은 규모에 상관없이 소방 설비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는 점 △병원급 의료기관 시설물 방염 처리 대상으로 확대 △병원규모에 따라 자가발전시설 구비 관련 세부 규정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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