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측정소 2곳 창원 명서동·봉암동 WHO 기준치 초과
정부 배출기준 없어 점검 대상 제외…"종합대책 필요"

고농도 미세먼지가 중요한 환경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의 대기 중 농도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벤조피렌은 특정유해물질로 지정됐음에도 배출기준 자체가 없어 원인 파악도 안 되는 데다 지방자치단체 관리 권한도 없어 시민건강권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녹색연합은 환경부가 유해대기물질측정망으로 전국 32개 측정소에서 지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수집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최근에 발표했다. 발암물질 가운데 대기 중 벤조피렌 함량은 대부분 지역에서 높았다. 경남지역도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1㎥당 0.12나노그램)를 초과했다.

경남지역 측정소는 창원시 의창구 명서동,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 두 곳에 있다. 두 곳 모두 WHO 기준치를 넘어섰다. 지난 2014년 명서동이 0.31ng/㎥, 봉암동이 0.25ng/㎥를 기록했고 2015년에는 모두 0.22ng/㎥가 나왔다. 2016년에는 각각 0.14ng/㎥, 0.16ng/㎥을 나타냈다.

벤조피렌은 화석연료가 불완전하게 연소할 때 나오는 만큼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는 고성군과 하동군은 더 심각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화력발전소가 위치한 여수는 2016년 벤조피렌 측정치가 0.31ng/㎥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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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동화력발전소./경남도민일보DB

이처럼 벤조피렌의 공기 중 농도가 짙지만 정부는 발암물질 관리와 규제에 나서지 않고 있다. 벤조피렌은 주민들이 수년간 집단적으로 암에 걸린 것으로 드러난 경기도 안양 연현마을과 전북 남원 내기마을 등지에서 암 발병 원인 물질로 지목되기도 했지만 이 지역에서 농도를 측정한 적은 없었다. 환경부는 별도 배출량 기준이 없어서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인·허가 때도 벤조피렌이 배출되는지 점검하지 않는다.

벤조피렌 외에도 녹색연합이 분석한 벤젠, 에틸벤젠, 스틸렌, 클로로포름, 트리클로로에틸렌, 테트라클로로에틸렌, 사염화탄소, 1·3-부타디엔도 모두 1~2급 발암물질이다. 이 중 대기오염 기준농도가 설정된 물질은 벤젠뿐이다. 사업체 규제를 위한 배출량 기준도 벤젠과 트리클로로에틸렌 외에는 정해져 있지 않다.

황인철 녹색연합 평화생태팀장은 "벤조피렌을 비롯한 특정 대기오염물질은 유해성이 커서 법령으로 특별히 지정했는데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또 "특정 지역에서 특정 물질이 많이 배출되면 지역별로 원인을 따져봐야 하는데도 이런 노력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미세먼지만 놓고 대책을 세울 것이 아니라 여러 대기오염 요인을 고려해 종합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기준이 없는 벤조피렌을 비롯한 발암물질 배출량 기준치를 올해 안에 설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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