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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드리는 편지]우리가 지방분권 개헌을 꼭 이뤄야 할 까닭

김주완 편집책임 wan@idomin.com 입력 : 2018-04-05 15:39:12 목     노출 : 2018-04-05 15:42:00 목

제 고향은 남해군입니다. 고향에 집이 있지만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비어있습니다. 논도 있지만 이웃 어른이 부치고 있습니다. 산 기슭에 있던 밭은 방치한 지 오래되어 사라졌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에는 이제 아이나 젊은이가 아예 없습니다. 그나마 젊은 사람이 70대고 나머지는 모두 80대 이상입니다. 그분들이 돌아가시면 우리집처럼 대부분 빈집이 될 겁니다. 이웃마을도 대개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자라던 시절 남해군 인구는 10만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4만 5000명이 채 안 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전국 228개 지방자치단체 중 85곳이 소멸 위험지역입니다. 이대로 두면 30년 안에 시군구의 37%, 읍면동의 40%가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평창올림픽에서 전 국민을 열광케 했던 여자컬링팀 '컬벤저스'의 고향 의성군은 소멸 1위, 제 고향 남해는 5위에 올라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게 무슨 문제냐, 주거선택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살기좋은 지역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소멸되는 지역은 자연 그대로 두면 오히려 환경에 좋은 일 아니냐." 또한 "지방 소멸이 대도시에 살고 있는 나와 무슨 관계냐"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지방 소멸은 대도시는 물론 국가 전체를 피폐하게 만들게 된다고 합니다. 지난 2일 방송된 KBS 2TV '명견만리'라는 프로그램에서 중앙대학교 마강래 교수의 말을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일반적으로 짧은 기간에 인구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세금수입(세수 稅收)이 줄어들어 견딜 재간이 없습니다. 인구가 줄고 세수가 줄어도 도로나 상하수도 등 공공시설과 서비스를 없앨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 지자체는 파산하고 맙니다. 2013년에 파산한 미국의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가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렇게 지자체가 파산하면 그 부담은 정부가 떠안아야 합니다. 결국은 다른 지역 사람들이 낸 세금으로 파산한 지역을 먹여살려야 한다는 말이죠.

지금도 인구가 조밀한 대도시에 비해 듬성듬성한 군 단위지역은 1인당 공적자금 투입예산이 훨씬 높다고 하는데요. 이대로 10년 후가 되면 대도시는 1인당 250만 원, 군지역은 1170만 원이 투입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무려 5배 차이입니다.

그렇게 파산(소멸)하는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라면 그 부담은 천문학적인 액수가 될 것이고, 국가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거죠. 전국에 골고루 분포해 살아야 할 이유이자 지역균형발전, 지방분권이 필요한 까닭입니다.

저는 지난 2007년 17대 대통령선거(이명박 당선)를 앞두고 그해 11월 열린 중국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에서 통과된 당장(黨章:중국공산당규약) 수정안을 보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대선에서는 '747 공약(7% 성장, 4만 불 소득, 7대 강국 진입)'이니 뭐니 하며 오로지 '성장'만 외치고 있던 상황이었죠.

그런데 중국공산당은 덩샤오핑 이후 계속돼온 개혁·개방과 성장 위주의 정책에서 나타난 지역 간 격차, 도농 간 격차, 빈부 격차를 해소하는 데 역점을 둔 당장이 통과한 것입니다. 중국공산당은 또 지속가능 발전(可持續發展), 인간중심 발전(以人爲本), 균형적이고 질적인 발전(又好又快)을 내세우는 한편 '조화사회론'을 통해 '생태문명'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 생태환경보호와 에너지절약형 산업구조로 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했습니다.

알다시피 중국은 일당독재체제입니다. 그런 나라에서 이런 품격 있는 정책이 국민 앞에 제시되는 걸 보고, 바로 이게 일당독재를 유지하면서도 13억 인구를 통치할 수 있는 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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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이러는 동안 우리나라는 이명박에 이어 '줄푸세 공약(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겠다)'을 내세운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나라를 말아먹고, 결국 파면되었습니다. 이명박 또한 무지막지한 비리 혐의로 감옥에 갈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시기는 노무현 정부 때입니다. 다행히 이를 이어받은 문재인 정부가 지방분권 개헌안을 내놓았습니다. 우리가 이 개헌안을 깊이 들여다보고 관심을 높여야 할 이유는 이처럼 지방 소멸로 인한 국가 운명이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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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기자

    • 김주완 기자
  • 편집국장을 거쳐 현재 이사/출판미디어국장을 맡고 있습니다. 월간 <피플파워> 간행과 각종 출판사업, 그리고 인터넷을 비롯한 뉴미디어 업무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