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에 '요가와 명상'을 접목하다

교사는 학교에서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더 나아가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멘토 역할도 한다. 바른 몸가짐과 태도를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학생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교사란 직업은 그만큼 엄중하고 무거운 책임감이 따른다. 그 무게를 짊어지고 30년이 넘게 교직에 재직 중인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창원문성고등학교 조길상(55) 수석교사가 그 주인공이다. 조 교사는 단순한 과목 중심의 수업을 탈피해 직접 재구성한 교육법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수석교사

인터뷰를 위해 창원문성고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석교사 연구실에 들어서자 생활한복을 입고 있는 조 교사가 기자를 반겼다. 자리를 잡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고향은 경남 의령이고 고등학교를 부산에서 다녔습니다. 처음부터 교사를 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공대를 목표로 공부를 했는데 우연히 '색약'인 걸 알게 됐어요. 당시 색약으로 판정받은 사람은 공대에 지원할 수가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문과로 옮긴 후 인문 과목을 다시 공부했습니다. 뒤늦게 계열을 옮겼기 때문에 더 열심히 공부했죠. 그러다 보니 '언어'에 대한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그게 이어져 국문과에 진학했고 1988년 국어선생님으로 교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조 교사는 수석교사다. 사전적 의미로는 '관리직이 아닌 교단 교사로서 취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문적 자격을 소유한 자이며, 특히 교과 및 수업 전문성이 탁월하고 자신의 전문성을 다른 교사와 공유할 수 있는 의지와 역량을 가진 자'이다. 워낙 생소했던 단어라 선뜻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보충설명을 부탁했다.

"대한민국 교원은 평교사, 교감, 교장으로 분리돼 있습니다. 많은 교사들이 승진을 꿈꾸죠. 경쟁이 무척 치열해요. 교육에만 매진하는 교사들은 피해를 받게 됩니다. 해서 관리직이 아닌 지도 분야에서 최고의 교사를 만들자는 취지로 '수석교사제'가 논의됐습니다. 1988년도부터 논의만 되고 시행되지 않다가 2011년에 법제화됐습니다. 수석교사들은 교육현장에서 교생·신임교사를 상대로 수업컨설팅을 진행합니다. 한마디로 경험이 부족한 교사들의 멘토 역할을 하는 거죠. 또 교내·외 연수 주도, 교직 상담 등의 역할도 수행합니다. 도내에는 80명 정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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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길상 창원문성고등학교 수석교사. / 박성훈 기자

요가와 명상, 그리고 소통과 공감

조 교사는 30년 동안 1만 명이 넘는 학생들을 지도했다. 그 긴 시간 동안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조 교사는 3학년 담임교사 때 겪었던 '입시 부담감'을 꼽았다.

"고3 담임교사들에게는 학생들과 같이 입시에 대한 부담감이 주어집니다. 오로지 입시에만 몰두하다 보니 저도 정신이 흐려지더라고요. 또 아침에 등교해서 밤 11시까지 학교에 있어야 했기 때문에 육체적으로도 참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겪는 스트레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죠. 밤낮으로 공부하고 주변 친구들과 경쟁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처럼 공부에 매몰돼 있는 학생들을 위해 조 교사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수업에 '요가와 명상'을 접목하는 것이었다. 명상은 정신을 요가는 육체를 컨트롤해 공부 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교육법의 핵심이었다.

"아침 일찍 등교해서 밤이 될 때까지 책상에만 앉아 있잖아요. 그러면 정신·육체적으로 피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공부라는 게 기본적으로 정신력과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거든요. 직접 요가와 명상을 배운 후 수업에 접목시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독서 명상 요가>라는 제목의 책도 집필했습니다. 요가는 몸의 에너지를 고르게 분산시켜 신체적 리듬을 조절하죠. 또 명상을 통해 집중력을 고양시키는 훈련도 했어요. 정신과 육체는 아주 밀접하게 연관돼 있거든요. 몸과 마음을 분리하지 않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학생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적극적으로 따라 하더라고요. 한 10년 정도 이 같은 교육법으로 지도했습니다."

현재는 '소통과 공감'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타인과 더불어 세상을 살아간다. '말'은 상호 간의 의사를 전달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상대방이 내뱉는 말과 행동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고 더 나아가 속뜻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조 교사는 예시를 들어가며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말이라는 건 입에서 내뱉는 순간 기본적인 의미를 지니게 되죠. 다음으로 그 말속에 있는 속뜻을 파악해야 합니다.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말속에 들어있는 사실과 진실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게 중요하죠. 그걸 다르게 말하면 '실체적 진실'을 찾는다고 합니다. 한 학생이 친구에게 욕을 들었다고 가정해 볼게요. 그 학생은 친구를 찾아가 '욕을 한 것이 사실이냐'고 묻겠죠. 그다음으로 '그 말의 속뜻도 나를 욕한 것이었느냐'는 추가 질문을 할 거예요. 이런 과정이 이루어져야 상호 간에 제대로 된 소통이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 교사는 잠시 숨을 가다듬고 말을 이어갔다.

"다음은 공감에 대한 것인데요. 한자로 풀이하면 '같은 감정이 된다'입니다. 즉 공감을 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하고 이해한다는 거잖아요. 또 한 번 가정해볼게요. 한 학생이 친구에게 '어제 엄마가 잔소리를 해서 잠을 못 잤다'고 말을 했습니다. 여기서 상호 간에 공감이 되려면 친구는 '아 네가 어제 엄마 잔소리 때문에 잠을 잘 못 잤구나'라고 반복을 해줘야 해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듣는 둥 마는 둥 하고는 본인 이야기를 늘어놓기 바쁘죠. 공감이 전혀 되지 않은 겁니다. 상대의 말을 반복하고 위로나 격려를 한 후 자기 이야기로 넘어가야 합니다. 이런 구조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다툼이 발생하는 거죠. 이 내용을 학생들에게 교육한 후 교우관계도 예전보다 좋아졌습니다. 소통과 공감을 통해 상호 간에 부딪힐 수 있는 부분을 최소화하는 거죠. 이 교육법도 요약해서 '심오한 놀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조 교사는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를 상대로도 강의를 진행했다.

"최근 2년 동안 '학부모 독서교실'이란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독서를 기본으로 하면서 앞서 언급한 내용을 토대로 강의를 했죠. 학생들 못지않게 반응이 좋았어요. 이젠 더 나아가 도민 전체를 상대로 강의를 해보고 싶어요. 언젠가는 좋은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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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길상 창원문성고등학교 수석교사. / 박성훈 기자

마지막까지 진심을 담아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싶어

오늘도 청소년들은 '좋은 대학'만을 목표로 한 입시 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나는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고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은 사치로 치부된다. 어른들은 좋은 대학만 가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고 다그친다. 이처럼 꿈과 희망을 버린 채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물었다.

"오늘도 수업하면서 학생들에게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놀 수는 없겠죠. 기본적으로 행복의 조건은 자유입니다. 형식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삶을 사는 게 중요하죠. 그러기 위해선 시간, 전략, 연출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청소년기가 인생에 있어 가장 꿈과 희망이 넘칠 때잖아요. 물론 실패를 통해 알아가는 경험도 중요하죠.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꼭 실패를 거듭해야 할까요? 학업이든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분야든 공부를 통해 얼마든지 실패를 피해갈 수 있습니다. 세상에 마음대로 되는 것은 없어요. 항상 공부하고 준비하고 노력해야 하죠. 말이 너무 장황했던 것 같네요. '인생은 행복해야 한다. 공부가 전부는 아니지만 행복을 찾는 지름길이 돼 줄 것이다. 그러니 무작정 피하지 말고 찬란히 빛날 미래를 위해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정도로 요약하면 되지 않을까요?"

요가·명상도, 소통과 공감도 학생들을 위해 생각하고 실행한 일들이었다. 한평생 학생들을 위해 뛰다 보니 어느덧 정년 퇴임을 생각할 시기가 왔다. 남은 시간 목표로 세우고 있는 일이 있는지 물어봤다.

"돌이켜보니 올해로 30년이 됐네요. 앞서 말했지만 1만 명이 넘는 학생들을 만나고 가르치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제 교육법은 학생들이 완성시켰다고 볼 수 있겠네요. 자기 자랑 같긴 합니다만 지금도 수업을 하면 호응도 좋고 잘 따라줍니다. 스스로 존경받는 느낌도 들어요. 교사로서 이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 것 같은데요. 지금도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게 없는지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거창한 목표는 없어요. 평생을 교사로 살았습니다. 퇴직하는 그날까지 진심을 담아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싶어요. 그거면 됩니다."

인터뷰는 끝이 났다. 조 교사가 얼마나 학생들을 위하는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지금까지 함께 해준 아내에게 그 고마움을 표현했다.

"제가 오로지 학생들만 바라볼 수 있었던 건 아내의 공이 가장 큽니다. 학생들의 존경도 좋지만 집사람이 저를 항상 존중해 준다는 걸 느낄 때면 참 고맙고 미안하죠. 올해로 결혼한 지 28년이 됩니다. 남은 인생도 잘 부탁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쑥스럽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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