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가장 대표적인 연극잔치, 서른여섯 번째 경상남도연극제가 개막됐다. 올해는 2주일에 걸쳐 진주시 일원에서 열린다.

도내 13개 지부의 연극단체들이 참여하여 경연을 벌이고, 다양한 부대 행사도 열려 어느 해보다 볼거리,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특히 창작 작품이 유달리 많은데 거제, 김해, 사천, 진해, 창원, 통영, 함안의 극단들이 직접 쓴 희곡을 연출한 연극을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모두 어려운 여건 속에도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을 해 온 극단들의 야심작이어서 지역 연극계에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극제는 지역 연극인에게는 그야말로 작품성 자체에 도전할 좋은 기회다. 주로 서울에 집중된 상업적인 문화 공연이나 대중매체에 관객과 청중을 빼앗기다 보니 지역 연극인들이 자신의 예술적 기량을 뽐낼 기회가 거의 없는 형편이다. 경제적 조건도 열악하다 보니 관객의 취향을 고려하여 대중성과 상업성이 검증된 작품들을 올려야 할 때도 많다. 그나마 일 년에 몇 차례 안 열리는 연극제가 지역성이 짙은 내용을 담아 창작혼을 불태울 수 있는 유일한 자리인 셈이다. 창작극이라고 낯설게 볼 게 아니라 지역에 천착하는 실험적인 예술정신의 가치를 감상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 연극뿐만 아니라 같이 열리는 각종 공연을 따라다니다 보면 지역 문화예술에 흠뻑 빠지는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팬터마임 공연에 다채로운 음악공연이 준비되어 있어 연극제를 넘어 화려한 지역 축제의 장이 펼쳐질 듯싶다. 대중음악과 가벼운 클래식 음악에다 재즈와 버스킹, 플라멩코 춤과 관악연주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이렇게 가까이서 만날 수 있기는 쉽지 않으니 봄 소풍 삼아 도민들이 실컷 즐기면 좋겠다.

얼마 전 연극계에 오랫동안 감추어졌던 추문이 세상에 드러나는 바람에 경남의 연극인들은 예술인으로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악습은 뿌리를 뽑아야 마땅하다. 그렇다고 지역 연극과 연극인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식는 것은 더욱 부조리하다. 경상남도연극제가 그 어느 해보다 성황리에 치러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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