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설치 관련 법규 따지지 않은 거제시
주민 편의보다 업체 옹호…도가 나서야

거제시의 연초면 송정리 충해공원묘지 옆 대형 철재유통시설(철강·철근 등) 허가에 대한 주민 반발이 거세다. 시는 송정리 산 53-1번지 일대에 4992㎡(1500평가량) 규모의 철재유통시설을 허가했고 5동의 건물 공사가 진행 중이다.

시는 자연녹지지역이지만 건축법 시행령에 1종 근린생활시설 중 건축자재 판매점이 명시돼 있다며 허가했다. 그러나 사실상 허가 시설은 공장에 가깝다. 이 업체는 현재 거제에서 철강재 제작·설치, 철강 임가공·절단, H빔, 각종 형강 파이프, 철판 판매 등의 사업을 하는 중소기업이다. 근린생활시설의 해석은 주택가와 인접해 주민 생활에 편의를 줄 수 있는 시설물이냐가 관건이다. 근린생활시설에 포함되는 건축자재는 간단한 집수리 등에 필요한 자재를 판매하는 철물점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그럼에도 시는 건축자재 소매점으로 판단했다.

이뿐만 아니다. 같은 법규 조항에 따르면 바닥면적 합계가 1000㎡ 미만일 경우만 허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사업자 측은 이를 악용해 각각 751㎡(2개 동)와 737㎡(3개 동)로 쪼개기 허가를 신청했다. 특히 거제시는 같은 법에 '하나의 대지에 두 동 이상의 건축물이 있을 경우 이를 같은 건물로 본다'는 조항이 있지만 그 취지를 엄격히 따지지 않았다.

또 시설로 들어가는 도로도 8억 4000만 원 예산을 들여 확장하고 있다. 이 또한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시는 인근에 옮겨올 거제대대 이전을 위한 주민 인센티브 사업이라고 해명하지만 군부대 예정지는 산 너머에 있고 진입하는 길 또한 다르다.

시에서 내세운 명분이 주민 편의지만 정작 철재유통시설 허가와 관련해서는 주민 편의를 외면했다. 결국 주민 편의를 위해 들어서야 할 근린생활시설은 주민에게 별 필요가 없으며 불편만 주고 있다. 시민 편에 서야 할 시는 사업자의 편에 가까웠다.

그동안 주민들은 공사에 따른 소음, 분진, 주택 균열 등의 피해를 호소했다. 허가와 관련해서는 감사도 요청했고 최근에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언론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했지만 시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요지부동이다.

이것이 박명균 시장 권한대행(부시장)이 부임 후 특별 지시했던 '복무기강 강화'인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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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청 공무원들도 "이해하기 어렵다. 법과 규정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공무원이 자기 죽을 짓을 하겠나. 위에서 찍어 눌러 마지못해 그런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또 한 철재유통업자는 "거제시의 허가가 정당하다면 이미 동종업체들은 모두 산으로 들어가 영업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적폐는 중앙정부·정치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거제시에서 못한다면 경남도에서라도 살펴봐야 할 때다. 더는 거제시에 기대하기 어렵다. 상급기관의 감시가 필요하다. 이제는 경남도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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