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삶터, 일터, 쉼터가 핍박해지고 있다. 지난 2월 1일 한국고용정보원이 금년도 상반기 일자리 전망을 10개 주요업종을 중심으로 내어 놓았다. 경남은 기계, 조선, 철강, 자동차 등 거론된 모든 분야에서 고용 감소를 예측하였다. 반면에 서울, 경기, 인천과 같은 수도권 지역은 기계, 전자, 반도체, 자동차를 중심으로 고용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조차 이제 수도권으로 일자리 창출이 이전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는 전통 제조업이 과거의 제조업 직무와는 다른 고급 서비스와 첨단 기술 중심으로 이전하고 있기에 발생한 현상이다. 즉 과거에 얽매이는 제조업은 생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면 지역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혁신역량은 갖추어져 있는가? 지역의 고등학교 졸업생들은 수도권 대학에 우선적으로 진출하고, 지역대학 졸업생들도 수도권으로의 진출을 우선적으로 꼽는다.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합리적 선택이다. 왜냐하면 지역에는 고임금의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으며, 기존의 양질의 일자리도 수도권으로 이전하기에 그렇다. 오히려 지역대학의 졸업생이 서울로 취업하고, 다시 고향에 내려오면, 지역에 남아서 취업한 지방대학 졸업생에 비해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국토연구원이 2017년에 발표한 지역별 4차 산업혁명 수용역량도 수도권이 우수한 것은 사후적인 결과로 보인다.

그러면 수도권과 지역의 차이는 무엇이란 말인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심화, 지역간 불균등발전에 대응하는 정부의 정책은 2004년부터 시행되었다. 그러나 그 격차는 지속적으로 심화되었다. 지난 1월 말에 분권, 포용, 혁신을 기치로 내건 균형발전정책이 새로 입안되어 문재인 정부의 비전, 전략과 사업이 제시되었다. 중요한 점은 사업의 나열이 아니라 각 부처별로 산만하게 진행되는 사업들을 한데 묶는 역할을 대통령직속 균형발전위원회가 담당하고, 지역의 권한을 강화하고, 중앙부처들은 일회성의 사업이 아닌 지방정부의 장기적 사업을 담보해주는 계획계약제도를 도입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업 기획, 예산배정, 집행과 평가의 사업 순환체계가 실행력과 책임감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한민국이 국가공동체로서 유지되기 위해서는 지역간 계층간,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미래세대와 생태적인 지속가능한 비전을 제시해야 가능하다. 균형발전은 공간적인 면을 고려한 지속가능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공간적 지속가능성은 그 자체로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들어와 살고, 쉬고, 일해야 가능하다. 그래야 공동체로의 유지, 존속, 나아가 유대감을 살리고, 주민들의 참여가 활발한, 활기찬 공동체가 될 것이다. 공동체 성원들이 폐쇄적으로 자신들만 만나고 얘기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새로운 기술혁명에 대응하는 정보통신기술의 수용, 특히 연결성이 용이해지는 기술적 가능성을 공동체 활성화에 접목하는 능력, 시장교환경제를 넘어서는 공유경제로의 전환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공동체가 갖추어야 가능하다. 균형발전법의 개정시행에 과학기술 사업도 균형발전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갖추어 놓은 이유는 공동체가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활용하여, 개방과 연결을 활용한 공유의 공동체를 활성화하라는 것이다.

이은진.jpg

공동체가 개방되고, 외부와 연결하고, 공유의 제도를 새로이 재편하는 사업은 새로운 사람의 유입, 새로운 아이디어의 유입, 실험을 무서워하지 않는 모험심이 있어야 가능하다. 경남의 공동체들은 준비되어 있는가? 마을의 조직들은, 시민사회단체들은, 대학은, 연구기관들은, 기업들은, 공조직들은, 지방의회는, 단체장들은 준비되어 있는가?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