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현실과 동떨어진 식목일
평균기온 따져 1949년 제정, 온도 올라 식재 시기 빨라져
2007년 정부 차원 변경 논의, 인지도 등 이유 그대로 유지

4월 5일 식목일에 나무를 심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식목일 날짜 변경은 오래전부터 논란거리다.

경남지역 18개 시·군 모두 지난달 16~30일 사이에 식목일 기념 나무 심기·나눠주기 행사를 마쳤다. 행사를 앞당긴 이유는 공통적으로 '평균기온 상승' 때문이다.

나무 심는 시기는 수종과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봄철 얼었던 땅이 풀리고 나무의 눈이 트기 전이 좋다. 뿌리 활착과 성장에 좋은 평균 온도는 6.5도 정도다.

식목일은 지난 1949년 제정됐다. 기상청 자료를 살펴보면 1940년대 전국 평균 기온은 6.7~10.1도였으나, 최근 10년(2007~2016년)은 9.1~12.6도로 1.5~3.9도 올랐다. 땅속 5㎝ 기온은 1940년대(7.1도)보다 3.7도 오른 10.8도다. 땅속 30㎝ 기온도 9.9도로, 2.2도 올랐다. 1940년대 4월 5일 전국 평균기온은 최근 3월 27~29일과 비슷하다.

경남 도내에서 식목일 행사를 가장 빨리 치른 사천시는 지난달 16일 왕대추·천리향·튤립 등 2만여 그루를 시민에게 나눠줬다. 가장 늦은 의령군은 지난달 30일 편백나무 1000그루를 심었다. 거창군, 고성군, 남해군, 양산시, 창원시, 함안군 등 대부분 22~24일 식목일 행사를 치렀다. 광주시, 전남 순천시·진도군·고흥군 등 다른 지역도 지난달 식목행사를 벌써 진행했다.

산림청은 인지도·역사성 등을 이유로 식목일 날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견해이다. 다만, 지역별 나무 심기 좋은 기간을 정해 난대지역(제주·남부 해안)은 2월 21일~3월 31일, 온대남부(전남·경남) 3월 1~31일, 온대중부(전북·경북·충남·충북) 3월 11일~4월 20일, 온대북부(경기·강원) 3월 21일~4월 30일로 구분해 권고한다.

지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식목일 날짜를 앞당기도록 검토를 지시한 적이 있다.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식목일 변경안이 국무회의에 상정되기도 했다. 2013년에도 당시 안전행정부가 검토를 요청해 산림청이 전문가 등 의견을 수렴하기는 했지만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산림청 관계자는 "전국 나무 심기 통계를 살펴보면 1년 중 4월 5일 이전보다 이후가 약 70%로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산림청 누리집에는 "식목일을 4월 5일로 정한 것은 24절기 중 하나인 '청명' 무렵이 나무 심기에 적합하다는 이유와 신라가 삼국통일 위업을 달성한 날(음력 2월 25일)이자 1343년 조선 성종이 동대문 밖 선농단에서 직접 밭을 일군 날"이라고 유래와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4월 5일이 지나면 나무에 싹이 터지고 가뭄의 시기가 올 우려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는 글도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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