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지역에서 콘텐츠로 먹고살기"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차세대 산업에서도 콘텐츠 산업을 빠지지 않는다. 유망한 산업이니만큼 많은 청년들이 콘텐츠 산업계에 뛰어들고 있다. 이미 한참 전부터 청소년들의 장래희망 1위를 차지하던 연예인, 그리고 최근 지망하는 BJ까지, 모두 콘텐츠 산업 분야다. 하지만 이런 인기에 비해 콘텐츠로 먹고살긴 어렵다. 지역은 더하다. 인프라 부족이 대표적인 이유다. 여건이 너무 안 좋다 보니 콘텐츠 산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은 계속해서 타지로 향한다. 그러던 중에, '경남콘텐츠포럼'의 소식을 접했다. 매월 콘텐츠에 관심 있는 지역 청년들이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콘텐츠', '청년', '지역'. 관심 두고 있는 게 세 가지나 모였다. 3월 콘퍼런스가 열리는 날, 콘퍼런스의 기획자인 강상오(35) 씨를 찾았다.

강상오 씨를 만나기 위해 찾은 곳은 김해시 외동 김해여객터미널이다. 매월 둘째 주 금요일에 열리는 경남콘텐츠포럼(이하 포럼) 콘퍼런스는 터미널의 3층 김해창업카페서 진행한다. 11월 첫 행사만 김해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진행하고 이후부터는 쭉 김해창업카페서 열렸다.

김해여객터미널은 2015년 새로 지어진 건물이다. 깔끔한 내·외부를 둘러보니 아직 새 건물 티가 난다. 이전에 쓰던 낡은 터미널을 떠올려보면 그 차이는 더하다. 3층에 있는 김해창업카페는 지난해 문을 열었다. 먼저 깔끔하게 정비된 내부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입구 우측을 보니 몇몇 스타트업 기업의 사무실이 있었고, 바 형태로 되어있는 자리와 카페 분위기의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한쪽에는 회의실이나 스터디룸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도 있고, 중앙 홀에는 강연이나 발표를 위한 준비도 돼 있었다. 잘 정비된 공간임에도 이용하는 사람이 적어 보인다는 게 아쉬울 뿐이었다. 그렇게 잠시 김해창업카페를 둘러보던 차에 강상오 씨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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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상오 아빠투툼 대표. / 이종현 기자

왜 콘텐츠를, 왜 경남에서?

강상오 씨는 네이버, 다음 등의 포털 인물 정보에 등록돼 있다. 부산이 고향으로 나온다. 틀린 내용은 없는지, 김해엔 언제부터 왔는지부터 물었다.

"고향은 부산이 맞습니다. 하지만 1996년 김해로 이사 왔어요. 학교를 다니던 중에 이사 왔기 때문에, 전학은 하지 않고 부산으로 통학했습니다."

이후로도 쭉 김해에서 생활한 건 아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구미에 직장을 둬 7년가량 타지에서 생활했다. 콘텐츠 산업과 관련된 일을 한 건 아니었다. 그는 직장에 다니던 때를 두고 '일에 치여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급급한' 시기였다고 표현한다. 그랬던 강 씨의 삶이 변한 것은 건강검진에서 갑상선암이 발견되고 나서부터다.

"한참 직장 생활을 하던 중, 2013년에 건강검진을 받아 보니 제법 진행이 된 갑상선암을 발견했어요. 이미 여러 곳에 전이가 된 상태라 회사에는 병가를 냈습니다. 수술을 받고, 치료를 위해 독방에서 연말연시를 홀로 보내고. 이런 시간을 보내면서 여러 생각을 했어요. 이때 블로그를 만들어 투병일기를 쓰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도 하고. 그러다 결국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미쳤죠. 그게 지금 하는 일들이에요. 꼭 콘텐츠 산업을 하고 싶다는 건 아니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이 콘텐츠 산업 분야였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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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여객터미널 3층에 있는 김해창업카페. / 이종현 기자

'왜 콘텐츠인가'에 대한 궁금증은 해소됐다. 다음은 '왜 경남, 왜 김해인가'다. 경남에 문화·예술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한 건 명백한 사실이다.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그 관계자들이 노력하고 있으나 당장의 부족함이 메꿔지진 않는다. 더군다나 김해 인근에는 부산이 있다. 부산은 일찍부터 문화·예술 산업에 투자해 수도권 못지않을 정도로 콘텐츠 산업 인프라를 갖춘 도시다. 왜 경남, 왜 김해일까.

"거창한 이유는 없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멀리까지 가고 싶지 않았을 뿐입니다. 포럼도 마찬가지예요. 부산이나 창원이 가깝다곤 하지만, 생활권 안이라고 하긴 어렵죠. 가까우면서도 먼 거리랄까요? 그리고 '돈'이라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습니다. 주거지를 부산 등의 타지로 옮긴다면 방을 구해야 하는데, 이전함으로써 그만큼의 수익을 더 얻지 않은 이상에야 큰 부담이죠. 그렇게 주거지나 모임 장소를 옮겼을 때 얻는 것과 잃는 것을 저울질해봤더니, 꼭 타지로 갈 필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왜 김해냐고 물으셨죠? 저희가 먹고, 놀고, 자고 하는 공간이 김해이기 때문입니다."

아빠투툼, 창업몬, 몬충기획…

갑상선암을 앓은 강상오 씨는 회복 후 다니던 직장에 복직했다. 그러고 1년쯤 지나 사직서를 쓰고 지금의 길로 들어섰다. 전혀 새로운 영역에의 일이다. 첫 시작은 '아빠투툼'이다.

"원래 음악을 좋아해요. 듣는 것도, 부르는 것도, 만드는 것도요. 곧잘 컴퓨터로 음악을 만들거나 리믹스하거나 했었는데, 이걸 일로 삼아보자고 해서 시작한 게 아빠투툼입니다. 아빠투툼은 제 인터넷 닉네임인데, 사업체 이름으로 삼기도 했어요. 일은 '웨딩 콘텐츠 제작'입니다. 결혼식 때 쓰는 영상이나 음악 같은 걸 작업하는 거죠. 주 수입원이기도 합니다."

강 씨는 아빠투툼 외에 팟캐스트 '창업몬'이나 '몬충기획' 같은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도 운영했다.

"창업몬은 저를 포함해 지역에서 창업한 네 청년 사업가들이 모여 창업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풀어놓는 팟캐스트 방송입니다. 개인 사업을 하는 네 명이 창업에 대한 노하우나 애로사항, 창업할 때의 고려할 점 등을 소개했어요. 저희뿐만 아니라 지역의 여러 창업가들을 섭외해 그들의 이야길 듣곤 했습니다. 이렇게 창업몬을 같이 하던 이들이 힘을 합쳐 새 사업체를 구상한 게 몬충기획입니다. 내용은 무척 다양해요. 청년 콘텐츠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청년과 지역의 동반성장'이라는 슬로건 아래, 행사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영상을 촬영·편집하는 등의 여러 일을 했습니다. 먼저 시작한 건 창업몬이지만 창업몬도 몬충기획의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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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9일(금)에 열린 5회 콘퍼런스를 준비하고 있는 강상오 씨. / 이종현 기자

'글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김해시 SNS 서포터즈,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경남문화기자단 등의 활동을 해왔다. 그리고 예비 창업가를 위한 <오늘, 창업했습니다>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취미가 글쓰기입니다. 블로그도 그 연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김해시 SNS서포터즈는 1년만 잠깐 했던 거고, 지금은 안 하고 있습니다. 경남문화기자단은 올해 위촉받았고요. 오마이뉴스에서는 꾸준히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업·프로젝트를 기획한 강상오 씨지만 모두가 순조로운 건 아니다. 몬충기획은 지난해 연말을 끝으로 사업을 철수했다. '먹고살기엔 역부족이었다'는 게 이유다. 창업몬도 일시 중단이다. 시즌제로 운영하는 창업몬은 시즌2를 끝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포기한 건 아니다. 정확한 일정을 잡진 않았지만 창업몬 시즌3을 기획하고 있단다. 그리고 신규 사업·프로젝트를 구상하기보다는,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일을 안 할 거라곤 할 수 없어요. 분명 뭔가를 또 하겠죠? 하지만 당분간은 지금 하는 일들에 집중하고 싶어요. 음악이나 아빠투툼, 포럼."

콘텐츠에 관심 있는 지역 청년들의 모임

멀리까지 가지 않고 생활권인 김해에서 콘텐츠 관련 이야기를 하는 모임을 만들고 싶었다는 강상오 씨의 주도로 출범한 포럼. 강 씨는 어쩌다 포럼을 기획하게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는 거죠. 포럼에서는 콘텐츠에 대해 다뤄요. 음악·영상·글쓰기…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회마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거죠. 구성원도 다양해요. 저 같은 콘텐츠 산업에서 일하고 있는 현직부터 다른 일을 하면서 콘텐츠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 구직 중인 사람, 학생 등. 콘텐츠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많지만, 저희 생활권 내에서 이런 걸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자린 없었거든요. 그리고 음악이면 음악, 영상이면 영상, 어느 한 분야를 주제로 하는 게 대부분이에요. 콘텐츠 자체를 이야기하는 모임은 거의 없어요. 없으면 우리가 만들자, 하고 시작한 거죠."

강 씨가 포럼을 기획해 주도하고 있긴 하지만, 홀로 해내는 건 아니다. 운영진이라 할 수 있는 '킹콘레이블'을 조직해 포럼을 기획하고 있다. 3월 기준 9명으로 구성된 킹콘레이블은 포럼 참가자들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는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포럼에 참여하고 함께하길 바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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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전문가인 김용찬 씨(사진 중앙의 노란 색으로 염색한 사람)의 도움으로 콘퍼런스 참가자들이 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다. / 이종현 기자

"콘텐츠 분야는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책을 출간한다 하더라도, 혼자서 모든 업무를 보기는 어렵습니다. 글을 쓸 작가, 교열을 할 교열가, 디자인을 할 디자이너. 마찬가지로 영상을 찍더라도 촬영자, 연기자, 편집가 등이 필요하죠. 그리고 만들어진 콘텐츠를 유통·홍보하는 데 능숙한 사람이 있을 것이고, 유통에 필요한 포스터 같은 걸 디자인 잘 하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혼자서 못할 일은 아닐지 몰라도, 함께하면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확신해요. 포럼의 역할은 서로 다른 영역에 일하는,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준비해주는 거예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꿔나가고 협업해나가도록 하는."

포럼의 홍보 캐릭터는 '킹콩'이다. 킹콩과 킹콘레이블. 연관이 있을까?

"킹콘레이블이라는 이름은, 왕이라는 의미의 킹, 콘텐츠의 앞글자인 콘을 붙인 거예요. 저희가 만드는 콘텐츠가 최고다, 이런 의미죠.(웃음) 그리고 '킹콘'이라고 하니 어감이 킹콩이랑 비슷하더라고요. 그러다 킹콩이 홍보 캐릭터가 된 거죠."

팀을 꾸려 콘텐츠라는 포괄적 주제로 각자의 생각을 발표한 1회부터 12월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콘텐츠를 기획했던 2회. 여행 동영상 만들기를 했던 3회. 콘퍼런스 매거진인 '당신의 하루'나 '창업몬 시즌3' 등의 프로젝트를 기획했던 4회, 릴레이 드라마 영상 촬영의 5회. 다양한 주제로 콘퍼런스를 진행했다. 주제 선정의 기준이 있는지 물어봤다.

"콘퍼런스가 끝나면 킹콘레이블 멤버들끼리 따로 모입니다. 콘퍼런스에 대한 각자의 평을 말하고, 다음 회에는 어떤 주제를 할지 토의해요. 가능하면 협업을 통해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주제로 잡으려고 합니다."

콘텐츠 산업의 불모지 경상남도

포럼 홍보 포스터를 보면 먼저 강렬한 킹콩 캐릭터가 보인다. 그리고 하단에는 '지역의 콘텐츠에 관심 있는 사람 OK', '콘텐츠로 네트워킹하고 우리 지역 문제도 해결하자'라는 문구가 있다. 강상오 씨는 인터뷰에서도 '지역'을 상당히 강조했다.

"콘텐츠 인프라가 잘 갖춰진 타지로 가는 게 쉬울지도 몰라요.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타지로 나간다고 해서 무조건 잘 풀릴 거라는 보장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 지역 사람이라면 우리 지역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콘텐츠로 지역에서 살아남는 방법, 그리고 지역에 산재해 있는 문제를 콘텐츠로 풀어나가는 방법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사는 곳이 이곳인걸요. 외면할 수 없죠."

경남을 두고 문화·예술의 불모지라고들 한다. 콘텐츠 관련 일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방증이다. 청년 콘텐츠 창업가가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는 무엇일까.

"지역 대학에도 콘텐츠 관련 학과가 많이 생겼어요. 자연히 콘텐츠를 공부하는 사람들, 콘텐츠에 관심 가지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고요. 하지만 그 친구들은 서울이나 부산 같은, 콘텐츠 산업이 발달한 지역으로 떠납니다. 지역에서 콘텐츠 일을 하면서 먹고살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모든 사람이 창업할 순 없잖아요. 이미 있는 곳에 들어가서 일하고 싶은 사람도 많을 텐데, 가지고 있는 콘텐츠 기술을 살려 일할 곳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도 꼬집었다.

"몬충기획을 운영할 때 지역 기관에서 주최하는 행사 홍보 영상을 만든 적이 있어요. 업무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대금 정산을 할 때 '뭐가 이상한데?' 싶은 일이 있었어요. 영상 대금이 수도권 대형 기획사, 부산의 중소 기획사를 거쳐 들어오는 거예요. 기관에서 1000만 원으로 영상을 만든다 해도, 실제 영상을 만드는 저희에게 온 건 그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었죠.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남겠어요. 시장 자체가 작아질 수밖에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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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9일(금)에 열린 5회 콘퍼런스를 진행 중인 강상오 씨./ 이종현 기자

강 씨는 이를 두고 '일하는 사람 따로 있고 돈 버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표현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지역 콘텐츠 산업 시장에도 일침을 놓았다.

"안 그래도 작은 시장이 폐쇄적이기까지 합니다. 고인 물은 썩습니다. 지역에서 콘텐츠 사업 하는 분들을 보면, 수십 년째 활동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분들이 막 콘텐츠 산업에 뛰어드는 청년들에게 못 할 짓을 많이 합니다. 열정페이, 과 노동… 이런 경험을 하는 청년들은 지역을 떠나거나 콘텐츠 일을 아예 안 하게 되죠. 저희가 보기엔 '기득권'이신 거죠. 물론 이분들이 무조건 양보를 해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그분들도 먹고살아야 하잖아요. 하지만 콘텐츠야말로 사람이 가장 중요한 산업인데, 그 사람이 너무 싸게 팔려 다니는 게 안타깝습니다."

포럼은 만 17세부터 39세까지의 나이 제한을 걸고 있다. 나이 차이가 크면 수직적 관계가 되기 쉽고,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니어 분들에겐 죄송해요. 안 그러는 분들이 훨씬 많다는 걸 저도 알죠. 하지만 저를 포함해 포럼을 함께 준비한 친구들이 상처를 많이 받았다 보니 39세 이하로 나이 제한을 걸었어요. 반대로 저희가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하한선으로 만 17세를 걸었고요."

"이왕 쓰는 돈 헛발질 말고 제대로 써야"

그 액수가 적정한가를 떠나, 콘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의 총량은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그 투자가 현장의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가진 않고 있다는 게 강상오 씨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는 지원 금액 문제보다도 공무원들의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몬충기획을 하면서 관공서와 일을 많이 했습니다. 관공서와 일을 할 때 특징이, 어느 순간 전혀 다른 내용이 된다는 거예요. 대중이 원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높은 분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로 방향이 바뀌죠. 물론 이런 일은 민간에서도 자주 있어요. 하지만 관공서와 일을 하면 그러지 않는 경우가 드물 정도입니다."

강 씨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공무원의 이해 부족'이라 평한다. 콘텐츠 산업에 대한 이해가 적다 보니 '보여주기식'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산을 집행하는 분들이 콘텐츠 산업을 잘 몰라요. 심지어 돈을 집행하면서 '왜 이런데 돈을 쓰냐'고 하는 분도 있어요. 관공서에서 콘텐츠 산업을 위한 예산을 많이 풀고 있는데, 그걸 집행하는 분들도 이 콘텐츠 산업에 소비되는 돈을 이해를 못 하시는 거죠. 대통령이나 도지사가 바뀐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전반적인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콘텐츠 산업에 무관심한 게 지역 색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강 씨는 이런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약 경남 사람들이 콘텐츠 산업에 무관심하다면, 뮤직페스티벌 같은 큰 행사에 경남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아야죠. 하지만 곳곳에 있는 큰 행사를 보면, 경남 사람들 얼마나 많이 참여하는데요. 그런 말을 하는 분들의 대부분은, '내가 잘 아는 유명한 사람 왔는데, 너는 왜 안 오냐'고 합니다. 그러고는 경남 사람들이 문화·예술에 무관심하다고 하죠. 하지만 그건 '콘텐츠 산업에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그냥 인기가 없는 거예요. 비주류 콘텐츠를 무시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대중성을 지니는 콘텐츠가 있고, 그렇지 않은 콘텐츠가 있어요.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서 나오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포럼은 관공서 등 기타 기관의 지원을 받지 않고 구성원들끼리의 힘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관공서에 대한 불신으로 지원 요청 자체를 안 했다는 것이다. 이후로도 지원을 요청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나아질까요? 지금은 워낙 상처를 많이 받아서, 바라도 안 되는 걸 알기에 포기했습니다. 몬충기획 등 관공서 지원사업을 하면서 제일 많이 들은 말이 '너희가 할 수 있겠냐'는 거예요. 그리고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들 하죠. 콘텐츠 산업은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해야만 하는 산업이에요. 실패마저도 그 과정이죠. 결과물이 아닌 과정에의 응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목표는 콘텐츠로 먹고살기"

강상오 씨의 궁극적 목표는 '지역 청년들이 지역에서 콘텐츠로 먹고 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가는 중이고, 포럼 역시도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일환이다.

"시간이 많이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김해, 경남에 콘텐츠 산업을 알리고, 그 기반을 다지는 것부터 시작해야죠. 저희 같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지만, 해주길 기다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느꼈어요.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해나갈 겁니다."

자연히 포럼의 목표도 같다고 한다.

"포럼의 장기적인 목표는, 포럼 내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생계형 프로젝트로 전환하는 겁니다. 수익이 발생하도록 하는 거죠. 지금 포럼에 참여하는 분들은 콘텐츠 산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보다는 본업을 두고, 부업이나 취미 등으로 참여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콘텐츠를 만들어 먹고살기 어렵고, 마냥 포기하기는 아쉬워 참여하는 분들이 많다는 거죠. 이런 분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포럼의 장기적인 목표입니다. 조금 허황되나요?(웃음)"

강 씨는 '지역'을 중요시하지만, 콘텐츠 생산자들이 꼭 지역에 얽매일 필욘 없다고 한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 산업이 많아요. 제가 운영하는 아빠투툼도 딱히 지역을 가리진 않습니다. 제 몸은 김해에 있지만 서울, 제주도, 대전 등 여러 지역에서 요청이 들어와요. 콘텐츠를 생산하는 곳과 콘텐츠를 파는 곳이 같아야 하는 게 아니란 거죠."

또 어른들에게 '부탁'하는 말도 있다.

"저희가 이런 일을 하다 보면, 일부 어른들은 '쓸데없는 거 한다'고 하시곤 해요. '저거 돈 안 되는 쓸데없는 짓'이라는 거죠. 닦달하지 않고, 조금 더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해요. 모두가 단번에 성공할 순 없는 노릇이거든요. 저희도 미래를 걱정하며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내디디고 있습니다. 호된 질책보다는 따뜻한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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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상오 아빠투툼 대표. / 이종현 기자

우선은 포럼을 계속 이어나가고, 또 확장시키는 게 그의 목표라고 한다.

"지역에서 혼자서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아프리카나 유튜브 BJ를 희망하는 친구들도 많고요. 가끔 혼자 스마트폰으로 영상 찍어서 방송하는 이들도 있는데. 혼자서 하면 어려운 것도, 같이 하면 쉬워질 수 있어요. 조언해줄 수도 있고, 그 분야에 관심 있는 소비자로서 피드백해줄 수도 있고요. 아이디어는 있지만 기술이 없는 분들은 머릿속에 있는 걸 현실로 만들 수 있고요. 콘텐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모였으면 합니다."

상당히 무거운 주제의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가감 없는 현장의 목소릴 들었다. 어렴풋이 짐작하던 내용도 있지만, 생각지 못한 이야기도 많이 들어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절망적이진 않다. '문화예술의 불모지 경상남도'. 이는 <피플파워> 2017년 12월호, 이성주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원장을 인터뷰했을 때 쓴 소제목이다. 현장에의 고충을 관련 기관들도 공감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단계가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라면 첫말은 뗀 셈이다. 그 과정이 마냥 아름답지는 못하겠지만,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거란 기대는 있다. 강상오 씨의 목표인 '지역에서 콘텐츠로 먹고살기'가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화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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