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족을 위한 자그마한 건강 빵

수제식빵전문점 내건 청년

창원 의창구 도계동 주택가, 가게 외부를 파란색으로 포인트를 준 빵집이 있다. 동그란 간판에 '혼식빵'이라고 적힌 곳, 수제식빵전문점이다.

김형도(38) 씨가 지난해 문을 열었다.

가게 내부는 손님 서너 명이 들어서면 꽉 찰 정도로 작다. 계산대를 기준으로 안쪽은 김 씨가 빵을 만드는 곳인데 매장보다 더 넓다. '제대로 된' 빵을 만들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이 엿보인다.

"딱 떠오르더라고요."

김 씨가 혼식빵을 열기 전으로 거슬러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 기업 마케팅홍보팀에서 근무, 경남도청 블로그 명예기자로 활동했던 그는 잠시 휴식기를 가질 때 제빵 기술을 배웠다. 그때 여러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늘 머리로 일했던 터라 빵 반죽을 주무르는 동안에도 손의 감각보다 뇌가 먼저 반응했다. 또 빵을 만드는 미래의 모습이 그려졌다. 사직서를 품에 품고서 일하는 월급쟁이보다 확신이 들었다. 하던 일을 잠시 관두고 짬을 내어 시작했던 제빵은 그의 본업이 됐다.

123.jpg
▲ 혼식빵 가게 모습. 김형도 주인장이 갓 나온 쌀식빵을 식히고 있다. / 이미지 기자

혼자 먹을 수 있는 식빵, 

굳이 잼을 곁들이지 않아도 되는 식빵

김 씨는 어떤 빵을 만들 것인가, 무엇을 겨냥할 것인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식빵에 대한 이미지가 갇혀 있더라고요. 큰 크기, 네모반듯한 모양에다 잼을 발라 먹어야 하고요. 혼자 먹을 수 있는 식빵, 잼을 굳이 곁들이지 않아도 되는 식빵을 생각했죠."

김 씨는 지난 5년 동안 전국 곳곳을 돌아다녔다. 식빵을 내세운 곳은 꼭 찾아갔다. 전통을 고수하는 달인부터 트랜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젊은이들까지 두루 만났다.

그는 수제식빵의 핵심을 '건강'이라고 생각했다. 아주 기본적인 밀가루부터 스스로 선택하면서 반죽부터 차별화하자고 했다. 그러던 중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려고 '황노화'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마'가 툭 튀어나왔다.

"아쉽게도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은 떨어졌어요. 하지만 마를 얻었죠. 갈수록 쫀득거리는 성질을 알게 됐죠."

123.jpg
▲ 혼식빵 가게 모습. 김형도 주인장이 빵을 썰고 있다. / 이미지 기자

"모든 빵에 양배추와 마가 들어갑니다."

그가 만든 모든 빵에는 양배추와 마가 들어간다. 양배추는 이전부터 업계에서 활용도가 높은 채소라고 이름나 있었다. 김 씨는 양배추를 삶아 반죽에 넣는다. 여기에다 마를 생으로 갈아 더한다. 이들은 무미에 가까워 빵 맛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신 식감을 살리고 풍부한 영양소를 제공한다. 밀가루 빵을 먹고 배탈이 났던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한다.

쌀가루로 만든 식빵도 혼식빵만의 비법이 담겨있다.

"손님으로 온 아기 엄마가 쌀빵을 만들 수 있는지 물어요. 아이가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어 빵을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고요. 밀에 든 글루텐 탓이라고 하더라고요."

김 씨는 쉽지 않은 숙제를 풀려고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글루텐을 넣지 않으면 빵이 만들어지지 않아서다.

"우연히 산청에서 쌀가루를 연구하는 분을 알게 됐어요. 그에게서 빵을 만들도록 새로 가공한 쌀가루를 받고 있습니다. 글루텐은 아주 적게 넣어 반죽을 해요. 또 우유 대신 양배추와 마를 넣고 상황버섯을 우린 물도 첨가합니다. 버터 대신 포도씨유를 쓰고요."

123.jpg
▲ 눈꽃식빵. / 이미지 기자

글루텐 최소화한 쌀빵, 인기 메뉴

쌀빵은 일반 빵보다 부드럽지 않다. 대신 아주 쫀득거리는 빵이 나온다. 떡과 빵의 중간 즈음이다. 쌀빵을 부탁했던 손님은 고맙다고 인사했다.

"제가 더 고맙죠. 쌀빵 맛을 보려고 타지에서 왔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인기 메뉴가 됐으니까요."

김 씨는 쌀빵을 비롯해 20여 가지 빵을 매일 만든다. 밀가루로 만든 식빵 종류가 20가지, 쌀가루로 만든 식빵이 3가지 정도다. 오랜 시간 숙성을 해야 하는 반죽은 전날 밤에 하고 당일 숙성해도 괜찮은 빵은 오전에 반죽을 치댄다.

"되도록 화학재료는 최소화해요. 천연발효종을 활용하고 천일염을 직접 볶아 갈아 씁니다. 설탕은 노릇한 색을 내는 데만 쓰일 만큼 넣고요. 조카가 셋 있어요. 삼촌 빵집에 놀러 오면 그 자리에서 봉지를 뜯어 입으로 넣어요. 그래서 더욱 위생에 신경 쓰고 건강한 재료를 고수하게 됐습니다."

혼식빵의 대표 메뉴들은 자극적이지 않다. 국내산 밤이 알알이 들어 있는 밤식빵은 소보로처럼 바삭한 겉면과 적당히 달콤한 속살이 만나 물리지 않았다. 쌀눈이 보이는 쌀식빵은 떡처럼 포만감이 컸다. 또 잼을 넣고 굽는 눈꽃 식빵은 잼이 한 번 더 가열해 고소함과 달콤함이 배가 됐다.

혼족을 위한 작은 식빵, 혼이 담긴 빵, 책이라는 단어가 담긴 일본어 혼자처럼 기본에 충실해 만들겠다는 혼식빵.

식빵뿐만 아니라 건강한 케이크와 쿠키를 고민한다는 주인장의 말이 더욱 기대된다.

123.jpg
피자식빵. / 이미지 기자

<메뉴 및 위치>

메뉴 △알알이 국산밤식빵 3500원 △딸기잼을 품은 눈꽃 식빵 3200원 △쌀눈 우리쌀식빵 3900원 △우리쌀 유럽빵 쌀깜빠뉴 4200원

위치: 창원시 의창구 도계로 18번길 6(도계동 330-2)

전화: 055-277-5078(일요일 휴무)

123.jpg
▲ 눈꽃식빵. / 이미지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