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범위 화상이나 외상 등으로 넓은 부위의 피부가 소실되었을 때는 바로 자가 피부 이식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손상된 피부를 그대로 개방해두면 감염의 위험이 증가하거나 수분, 전해질, 단백질 등을 잃어버리게 되고 이는 환자의 사망 또는 다른 합병증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동종 피부 이식편을 위시한 여러 가지 피부 대체물이다. 이들을 사용하여 자가 피부 이식이 가능할 때까지 염증, 감염으로부터 손상 부위를 보호하고 새로운 조직이 증식하여 자가 피부 이식이 가능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이번에는 여러 피부 대체물 중에서 동종 피부 이식편, 즉 사체 피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사체 피부

사체 피부는 생전 장기 기증에 동의한 공여자의 사후 피부를 채취하여 치료 목적으로 보관한 것이다. 채취 전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 1형 및 2형, B형 및 C형 간염 바이러스, 매독균 등에 감염되지 않았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피부는 심정지 후 24시간 이내에 채취되어야 하며, 시신이 냉각 처리, 보관되었거나 날씨가 추운 경우 심정지 12시간 이내에 채취되어야 한다. 광범위한 피부염이나 문신, 피부암, 급성 화상 상처, 피부 감염, 광범위한 피부 또는 연조직 외상이 있는 경우 등에는 피부를 얻을 수 없다.

사체 피부는 얼리지 않은 신선(Fresh) 사체 피부와 냉동 보관된 사체 피부로 나뉘는데, 신선 사체 피부의 효과가 훨씬 더 좋지만 보관 기술이나 운송, 비용 등의 문제로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것은 냉동 보관(Cryopreserved) 사체 피부이다.

사체 피부의 장점

사체 피부는 여러 장점이 있다. 수분, 전해질, 단백질의 손실을 줄여주며 감염의 위험도를 줄여준다. 조직의 건조를 막아주기도 한다. 화상 후 대사 항진 상태 및 상처의 통증을 줄여주는 기능을 하기도 하며, 상피화를 촉진시킨다. 상처를 보호해 자가 피부 이식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

다른 인공 피부 대체물도 비슷한 기능을 하지만 성능을 비교했을 때 사체 피부를 따라올 수 있는 것은 아직 없다. 사체 피부의 유일한 단점은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사체 피부의 적용 경우

모든 환자에게 사체 피부를 적용할 수는 없다. 사체 피부를 적용할 수 있는 경우는 광범위 창상을 보호하는데 자가 조직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 광범위 심재성 2도 또는 3도 화상, 큰 비율로 그물망 처리한 자가 피부를 보호할 경우, 광범위 표피 박리성 질환을 앓는 경우, 상처 바닥이 자가 피부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할 때 등이다.

'사체'라는 이름에 거부감을 표하는 환자, 보호자가 적지 않다. 중요한 것은 사체 피부 이식은 '일시적'이라는 것이다. 사체 피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자가 피부 이식까지 필요한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며, 피부를 얻기 전에 주요 전염성 질환에 대한 감별이 모두 끝난 안전한 피부만을 사용한다. 사체 피부는 이식 후 대략 1~2주 후 제거하기 때문에 크게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560605_427870_5345.jpg
▲ 김종민 서울대화외과의원 원장.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