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관 이상 징후 대부분
폐·콩팥 장기서 발생하기도
통증 주기·양상 메모 필요

"배가 아파요." 내과를 찾은 환자들이 많이 호소하는 말이다. 약국에 가서도 "배가 아프다"며 약을 달라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배가 아프다"고 쉽게 말하지만, 어디가 어떻게 아픈가에 따라 다양한 질환이 원인이 된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MH연세병원 소화기내과 최순필 진료부장의 도움말로 복통의 여러 원인 질환에 대해 사례를 중심으로 알아본다.

◇다양한 원인이 복통 일으켜 = 최 부장은 "복통 원인은 아주 많다. 나이와 성별에 따라서도 원인 질환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흔히 복통은 소화기관이 원인인 경우가 많은데, 소화기관에는 위장관계와 간담도 및 췌장이 있다.

위장관계는 식도, 위, 십이지장, 소장, 맹장(충수돌기 포함), 대장(직장 포함)이 있고, 간담도에는 간과 담관, 담낭이 있다. 이러한 장기는 다양한 질환과 관계된다.

예를 들면, 식도는 역류성 식도염이나 식도암, 위는 위염·위궤양·위암, 십이지장은 십이지장 궤양이나 식도암, 소장은 소장염과 소장 폐쇄·장 천공, 맹장은 맹장염, 대장은 장염·대장 게실염·대장암 등이 생길 수 있다. 간은 간염·간경화·지방간·간암 등, 담관은 담관 담석이나 담관암, 담낭은 담낭염과 담낭암, 췌장은 췌장염이나 췌장암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간혹 복통은 심장, 폐, 콩팥, 자궁, 난소 등 소화기관이 아닌 장기가 원인이 돼 발생하기도 한다. 드물지만 부갑상선 기능항진증 등 전신 질환에 의해 생길 수도 있고, 대상포진과 같은 신경계 질환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즉 '복통'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정확한 원인을 파악 후 적절히 치료해야 한다.

◇질환 특징 파악해야 = 정확한 진단의 기본이 되는 것은 진료실에서의 문진과 진찰.

최 부장은 "질환에 따라 통증 양상과 기간, 아픈 부위가 다를 수 있다. 질환에 동반되는 증상도 다르다. 식사 곤란이나 구토, 설사, 열, 체중 감소, 혈변, 토혈, 어지럼증, 복부 팽만 등 질환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함께 있을 수 있다. 문진과 진찰 후에 의심되는 질환에 대해 검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진료실에서 의사 앞에 오면 긴장해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

최 부장은 "이때는 언제부터 아팠는지, 어떤 증상이 같이 있는지, 어느 부위가 어떻게 아픈지를 잘 생각해보고, 이를 동행하는 보호자에게 미리 이야기해 놓거나 메모지에 적어 보는 것이 짧은 진료 시간에 빠뜨리지 않고 증상을 의사에게 알려주어 질환을 파악하는 데 도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어떻게 아픈가, 언제부터 아프기 시작했나, 이전 수술 병력, 현재 먹고 있는 약 등을 문진 과정에서 파악한다"며 "자세하고 정확한 문진은 불필요한 검사를 줄일 수 있고, 필요한 검사를 즉시 시행해 빠른 진단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쓰리듯이 아프면 위궤양이나 십이지장 궤양·역류성 식도염을, 찌르듯이 아프면 장염이나 장 폐쇄증을, 심하게 아프다가 안 아프다가 반복되면 요로결석 등을 의심할 수 있다.

통증 위치도 상복부는 위·담낭·간 등, 하복부는 대장이나 직장, 우하복부는 맹장염이나 대장 게실염을 의심할 수 있고, 여성이 아랫배가 아프다고 하면 난관이나 난소, 자궁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옆구리가 아프면 신우신염이나 요로결석, 윗배와 가슴 쪽에 따갑고 쓰린 통증이 있으면 식도염을 의심할 수 있고 심한 명치 통증과 호흡곤란이 있는 경우 간혹 우측관상동맥의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약 중에서 일부 소염진통제나 항응고제, 부신피질호르몬제 등은 궤양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MH연세병원 소화기내과 최순필 진료부장. /이원정 기자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들 = 사례1. 최 부장이 진료실에서 만난 60대 여성 ㄱ 씨. 과체중으로 한 번씩 폭식하는 습관이 있다고 했다. 이 환자는 몇 개월 전부터 주로 새벽에 속이 쓰리고 가슴이 따갑고 신트림이 자주 있어 병원을 찾았다. 위 내시경 결과 이 환자는 역류성 식도염으로 진단받았다.

사례2. 75세 남성 환자 ㄴ 씨. 한 달 전 허리를 다쳐 병원에서 처방받아 진통제를 먹고 있었다. 약을 먹고 얼마 뒤부터 식사 후 속이 쓰리더니 병원을 찾기 전날 대변이 검게 나오고 어지럼증까지 느꼈다. 배가 아프고 대변 색깔이 변하자 겁이 나 병원에 온 ㄴ 씨. 혈액검사와 위 내시경 결과 ㄴ 씨는 위궤양 출혈과 빈혈로 나타났다.

사례3. 70세 남성 ㄷ 씨는 이전에 시행한 초음파 검사에서 쓸개에 담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끔 과식을 하면 우측 윗배가 아팠던 ㄷ 씨는 병원에 오기 전날 저녁 고기를 먹은 뒤 명치 부위 통증과 함께 구토와 열이 났다. ㄷ 씨에게 권할 수 있는 검사는 복부 초음파나 복부 CT. 검사 결과 ㄷ 씨는 담석에 의한 담낭염으로 밝혀졌다. 최 부장은 "담석이 있을 때 과식하면 쓸개가 자극돼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사례4. 70대 여성 ㄹ 씨는 3일 전부터 오른쪽 아랫배 부분에 통증을 느꼈다. 식사를 하면 통증이 심해져 거의 먹지 못하는 상태. 설사는 하지 않았고 눌렀을 때 통증을 느꼈다. 이 환자 역시 복부 초음파나 복부 CT로 진단할 수 있다. CT 검사 결과 ㄹ 씨는 대장 게실염으로 진단됐다. 대장 게실은 대장의 벽이 꽈리 모양으로 튀어나오는 질환이다. 이 주머니 안으로 변과 같은 오염물질이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 '게실염'이다.

사례5. 한 달 전부터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온다며 병원에 온 80세 남성 ㅁ 씨. 대변이 가늘어지고, 일어날 때 어지러움을 느낀다고 했다. 대장내시경 검사 결과 ㅁ 씨는 대장암 소견이 있었다.

사례6. 65세 남성인 ㅂ 씨는 2개월 전부터 명치와 등에 통증을 느꼈다. 당뇨가 있었는데, 갑자기 혈당 조절이 되지 않고, 체중이 8㎏ 감소하기까지 했다. 혈액검사와 복부 CT 결과 ㅂ 씨는 췌장암으로 밝혀졌다.

사례7. ㅅ 씨는 68세 여성으로, 20여 년 전 B형 간염이 있다고 진단받은 적이 있었다. 최근 피로함을 많이 느낀 ㅅ 씨는 체중이 늘고 배가 불러지자 병원을 찾았다. 혈액 검사와 복부 CT검사 결과 간경화로 복수가 많이 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부장은 "ㅅ 씨는 자신이 B형 간염 보균자라고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간염이 진행돼 간경화까지 갔지만 모르고 있는 상태로 병원에 왔다"며 "요즘 우리나라 B형 간염 보균자는 6개월마다 복부 초음파를 할 수 있는 제도가 있는데 이를 이용하지 않았다. 미리 진료하고 자신의 건강을 살폈으면 병이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이어 "만 40세가 넘으면 국가암검진으로 2년마다 위 내시경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자신의 건강에 소홀하지 말고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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