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대 흠모한 선인의 글
지역 서예가 20명, 재해석
'서예전북비엔날레 소장'
작품 200여 점도 한눈에

달 '월(月)' 자가 말 그대로 달이 됐다. '월영대(月影臺)'를 읊은 고려 문인 정지상의 시를 보자니 예로부터 묵객들이 선조의 뒤를 따라 찾았다는 창원 월영대의 달그림자와 마산 바다에 뜬 달빛이 아른거린다.

월영대는 신라시대 고운 최치원이 자주 올라 '月影臺(월영대)'라고 이름 붙였다고 알려졌다. 그 후로 많은 선인이 올라 글을 쓰고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했다.

창원문화재단이 창원방문의 해 기념 특별전 '고운, 文昌(문창)을 그리다'를 창원 3·15아트센터에서 선보였다.

곽정우 작가가 쓴 고려 문인 정지상의 '월영대'. /창원문화재단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소장 작품 200여 점과 지역 작가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를 열고 '文鄕(문향) 창원'의 모태이자 뿌리가 된 고운 선생의 자산을 알리고 있다.

전시는 1층 2전시실에서 시작한다. 공병찬, 곽정우, 김종원, 이병남 등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서예가 20명의 글이 오른쪽 벽면을 가득 채웠다. 월영대를 사랑하고 합포만의 운치를 읊은 여러 시가 지역 작가가 써내려간 필체로 다시 살아났다. 고운 선생을 흠모한 고려, 조선 선비들의 시는 봄날 노래가 됐다. 전시실 가운데는 생활서예전이다. 가방, 시계, 컵, 커튼 등을 내놓고 서예의 디자인적 요소를 부각했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소장 작품 중 하나인 일본 작가 사카타 미치고의 '갑을병정'. /이미지 기자

2전시실을 지나 3전시실, 2층 1전시실을 둘러보면 서예의 회화성에 감탄하게 된다. 문자로 조형예술을 말하는 서예는 문자 그 자체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반듯하게 쓴 글만 문자가 아니다. 초기의 한자와 고대 이집트 문자처럼 상형문자도 서예인에게 커다란 영감을 준다. 특히 1전시실에 내걸린 고대문자와 이를 이미지화한 작품은 자칫 고루하고 지루하다는 서예의 편견을 깨부순다. 쉽게 볼 수 없었던 아즈텍 상형문자, 마야 상형문자 등 23종류가 공개됐다.

또 기존 서예전시 형태를 파괴한 작품과 도자와 돌, 나무에 새긴 여러 전각·서각, 수묵으로만 표현해 대형 10폭으로 제작한 수묵사군자전 등은 서예술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조수경 학예사는 "전통 서예의 진수뿐만 아니라 여러 장르와 융합해 예술적 작품으로 재탄생한 서예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0일까지. 문의 055-719-7834.

창원 3·15아트센터 2전시실에 다양한 생활 서예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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