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활용 발표 후보 많아 바람직
내편 네편 떠나 삶에 도움되면 채택을

6·13 지방선거가 7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본선 후보자들 윤곽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이가 별다른 잡음 없이 단수 후보로 추천되기도 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가 최종 후보로 낙점받으면서 그동안 공을 들였던 다른 후보들이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거센 곳도 속출한다. 바야흐로 선거 시즌임을 실감한다.

아직 본선 경쟁자가 완전히 가려지지 않은 상태라 섣부른 예단일 수도 있겠지만, 경남에서 이번 선거 특징은 공천에 반발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후보와 함께 아예 당적을 바꿔 출마하려는 후보가 많다는 점이다. 물론 정권이 교체되고, 현직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이라는 정서가 작용한 까닭도 있겠다. 그럼에도, 야당 소속 단체장이던 자가 선거를 코앞에 두고 당적을 바꿔 여당 후보로 출마하려다 보니 묵묵히 당을 지켰던 인사들의 반발도 잇따른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예비후보들의 공약발표가 활발하다는 것이다. 도지사 예비후보들이 도내 주요 지역을 돌면서 지역공약을 발표했던 것도 그렇고, 광역과 기초의원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의 공약발표도 활발했다. 예전 같으면 공약은 뒷전이고 공천에만 목을 매 유권자들이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였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기자회견 등으로 공약을 발표하는 후보가 많아져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인다. 물론 기자회견을 통해 주요 이슈나 공약 등을 제시하면 언론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당연히 인지도를 올리는 좋은 선거전략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제 특정 정당 공천을 받아도 당선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의 표출로도 읽힌다. 과거 지방선거를 보면 경남은 보수 정당인 자유한국당 계열이 독점해 왔다. 이번 선거가 본격화되기 불과 얼마 전 도의회 전체 55명 의원 중 48명이 한국당 소속인 탓에 온갖 폐해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음을 유권자는 물론 후보 자신도 자각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이는 당연히 공약을 통한 정책대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본선 주자로 나서는 후보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드린다. 탈락 예비후보들의 공약에 주목해 달라는 것이다. 인지도 등 여타 이유로 본선에 오르지 못했지만 그들의 참신한 공약을 다른 후보가 이어받았으면 좋겠다. 내 편 네 편이 아닌 지역구 주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공약이라면 꼭 채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구의 공약이었는지 당당히 밝히고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약속한다면 득표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은 불문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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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공약보다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선거운동을 하는 후보도 보인다. 학연과 지연을 들먹이고, 공천과 당선을 위해 금품을 제공하는 등 부정한 방법도 동원되리라 짐작된다. 굳이 그런 후보와 차별화에 나서지 않더라도 폐기될 가능성이 큰 탈락 예비후보의 공약들을 재가공해 더 나은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면 당선이라는 값진 결과가 오리라 확신한다. 다시 한 번 탈락 후보들의 공약에 주목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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