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공천·사천' 논란 정점에 "원수지간이라도" 원칙 헌신짝
당내 "선거 전체 부정적" 우려, 정계 "백기 투항과 마찬가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그때그때 다른, 종잡을 수 없는 지방선거 공천 행보가 빈축을 사고 있다.

'측근 공천' '사천' 논란으로 시끄러운 조진래 창원시장 예비후보 전략공천에 더해 "가능성 제로"라고 호언하던 김태호 전 경남지사 접촉 및 경남지사 후보 제안으로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홍 대표 스스로 입이 닳도록 강조해온 "나와 원수지간이라도 이길 수 있는 후보면 공천한다"는 원칙은 헌신짝이 된 듯하다.

안상수 창원시장과 조진래 후보의 지지율 격차 때문만이 아니다. 도내 한국당 한 의원은 "안 시장은 무소속 출마한다고 하고, 강기윤 전 의원도 가만있지 않을 태세다. 이래서 창원시장 선거를 이길 수 있겠나"며 "한 명이라도 더 힘을 모아야 하는 판국에 지역 국회의원과 상의도 없이 공천을 결정했다. 창원뿐 아니라 경남지사 등 도내 선거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공천자 이력 및 경쟁력부터 '막무가내식' 공천 과정까지, 선거를 이길 생각이 과연 있는지 근본적 의심이 든다는 토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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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 나경원(왼쪽부터)·이주영·정우택·유기준 의원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준표 대표의 리더십 및 지방선거 역할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 대표는 '원수 공천론' 대표적 근거로 서병수 부산시장과 경남지사 출마를 권유한 박완수(한국당·창원 의창) 의원 예를 들지만 궁여지책일 뿐이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부산의 경우 서 시장에게 맞설 만한 후보 자체가 없었고, 경남은 익히 알려진 대로 유력 인사에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홍 대표가 경남지사 후보 1순위로 꼽았으나 거절한 이주영(한국당·창원 마산합포) 의원과 차선으로 거론됐던 안대희 전 대법관 이야기다.

그렇게 돌고 돌아 박완수 의원을 거쳐 최측근인 윤한홍(한국당·창원 마산회원) 의원까지 왔지만, 결국 최종 선택은 김태호 전 경남지사였다.

홍 대표는 최근 김 전 지사를 직접 만나 '선당후사'의 자세로 경남지사에 출마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치권에선 홍 대표가 사실상 '백기투항'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전 지사를 만나기 직전까지만 해도 "김 전 지사 공천 가능성은 제로"라고 했던 홍 대표였다. 구체적 이유는 밝히지 않았으나, 보수 강세 지역이던 김해를 뺏긴 장본인이 김 전 지사라는 인식이 홍 대표는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가 자신 외에 잠재적 대권 경쟁자의 부상에 예민하다는 시각도 있다.

경남과 함께 난항이던 서울시장 후보로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내세운 것도 논란이 많다. 홍 대표는 평소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영입에 반대하면서 "탄핵 선거가 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펴왔다. 하지만 김문수 전 지사야말로 태극기 집회에 꾸준히 참여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를 주장했던 탄핵 반대세력의 선봉이었다.

이런 모순된 잣대 또한 황 전 총리를 자신의 정치적 경쟁자로 보는 증거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주영 의원은 "한국당이 인재난에 허덕이고 있다"며 "당 대표 말에 조금이라도 반대 의견을 내면 제명 등으로 협박하는 불통의 정당에 인재가 모일 수 없다. 역사에도 폭군이 왕이 되면 어진 선비들은 세상을 등지고 산으로 숨었다. 홍 대표는 이런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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