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움 가득 '잘 차려진 정찬'같은 음의 향연
공연 앞서 음악평론가 프리뷰
금관악기 연주로 분위기 고조
한국 관악기·서양 현악기 조화
김성국 작곡 '다시 봄' 때 절정
객석 재청에 '엄마야 누나야'
'사랑의 인사'로 화답하며 마무리

힘줘 준비한 음악 공연을 요리에 비유한다면? 클래시컬 음악이 중심인 공연은 전채로 시작해 주된 음식을 거쳐 후식으로 끝을 맺는 정찬 요리에 가깝지 않을까.

훌륭한 정찬 요리는 산뜻한 전채, 풍성한 주요리, 단맛 재료로 구성한 후식이 조화롭게 어울린다. 제철 재료를 썼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지난달 31일 오후 3시 창원 성산아트홀 소극장에서 열린 2018 창원국제실내악축제 개막 공연 '봄의 시작(Spring Awakening)'은 봄기운 넘치는 정찬 요리였다.

공연에 앞서 준비한 음악평론가 장일범 프리뷰는 관객이 공연을 미리 음미하도록 도왔다. 그는 각 곡의 분위기를 전하고 짧은 해설을 덧붙였다.

정찬 요리에서 가장 먼저 내는 전채는 식욕을 돋우는 역할이다. 적당한 양으로 입맛을 살린다. 보통 고급 재료를 쓰고, 정식 프랑스 요리 오찬에서는 전채가 모두 찬 요리로 구성된다.

이날 솔루스 오브 서울 브라스 퀸텟이 가장 먼저 무대에 올랐다. 금관악기인 트럼펫, 호른, 트롬본, 튜바는 짧고 선명한 폴 뒤카스 '팡파르'로 시작을 알렸다.

뒤를 제레마이어 클라크 '덴마크 왕자의 행진', 프란츠 리스트 '헝가리 광시곡 2번'이 이었다.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악기들은 시각적인 멋스러움을 더했다. 차가운 금관의 질감은 전채 요리를 연상케 했다.

이어서 서울 비르투오지 챔버 오케스트라 무대. 이들은 에드워드 엘가 '현을 위한 서주와 알레그로, 작품 47'을 연주했다. 향수와 온기를 품은 엘가의 작품은 봄이라는 계절에 알맞았다.

느긋하면서 따뜻한 분위기로 시작된 연주는 빠르게 모습을 바꿨다. 이어 한 파트 연주가 나오면 다른 파트 연주가 쫓아가는 선율을 취했다. 귀에 닿는 음과 시간 차를 두고 뒤늦게 도달하는 음이 섞여 다채로운 색을 띠었다.

지난달 31일 창원 성산아트홀 소극장에서 2018 창원국제실내악축제 개막 공연이 열렸다. 서울 비르투오지 챔버 오케스트라 공연 모습. /창원문화재단

특히 오케스트라 일부인 9명의 바이올리니스트는 기술적으로 난도 높은 곡을 안정감 있게 연주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중간 휴식 시간을 보내고 두 번째 주요리가 등장했다. 작곡가 김성국이 작곡한 바이올린, 대금, 현을 위한 콘체르토 '다시 봄'이었다. 작품은 이날 공연에서 가장 관심을 끈 곡이었다. 대중에게 처음 선보이는 곡이어서다.

김성국은 중국 시인 두보의 시가 품은 봄의 심상을 음악으로 빚어냈다. 지금 이 순간의 봄을 만끽하자는 설득이었다.

'나날이 늙어가니 몇 번이나 봄 만날까/강가의 봄날이 다 가는 게 슬프네/봄 가고 여름인데 몇 날이나 살겠다고/꿀처럼 맛좋은 술 어찌 아니 내놓으리//'

김성국은 작품에 한국 전통음악 형식을 빌려 썼다. 기악 독주곡 하나인 산조 형식이다.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로 이어지는 구성을 재배치해 썼다.

현악기 현을 퉁기는 소리가 곡의 시작을 알렸다.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 독주, 대금 연주자 김정승 독주가 차례로 등장했다. 다시 풍성한 합주가 이어졌다.

서양 현악기 현을 퉁기거나 몸통을 두드리는 주법으로 동양적인 소리를 연출했다. 작품 전반에 깔린 심상은 산수화에 가까웠다. 한국 관악기와 서양 현악기라는 이질적인 것들의 뒤섞임은 말끔하게 조화를 이뤘다.

퓨전 요리에 가까웠던 초연 곡이 끝나고 서울 비르투오지 챔버 오케스트라는 벤저민 브리튼 '심플 심포니, 작품4'로 정해진 공연을 무사히 마쳤다. 후식인 재청곡으로는 '엄마야 누나야' '사랑의 인사'가 이어졌다.

봄을 주제로 균형감 있게 연출한 공연은 이어질 축제의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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