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이 구조조정 계획으로 발표한 75%에 이르는 생산직 인건비 감축에 반발해 노조가 지난달 26일 전면 파업에 들어갔지만 상황이 조금도 달라질 기미가 없다. 이대로 서로 한 발짝의 양보도 없이 시간을 보낼수록 모두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노사 양쪽이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채권단이 이달 9일까지 노사확약이 없을 경우 법정관리를 예고한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일은 배수진을 친 것이다.

노조 입장에서는 여기서 더 잃을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75% 인력 감축이 정부가 말한 '고강도의 자구노력'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기업을 살리기 위해 일터를 떠나는 대부분의 생산직 노동자에게는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은 없는 것이다. 가까스로 살아남게 될 사무직 노동자와 25%의 생산직 노동자에게 또다시 구조조정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인력 감축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 몇 년 동안 STX조선 노동자들은 권고사직, 희망퇴직 등으로 인적 구조조정의 대상이었다. 상대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제안을 내놓는 것은 협상의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않은 것이다. 아무리 정부와 채권단의 압박이 크더라도 상식적으로 노조가 받아들일 수 있는 선을 넘었다는 점에서 사측에 정상적인 경영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기업을 위기로 몬 자신들은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경영 위기를 손쉬운 해고로 풀겠다는 태도는 경영 실패를 자성하고 있는지 의문스럽게 한다. 또 현 정부가 산업정상화 정책의 하나로 처음 주도한 기업 구조조정이 대규모 정리해고로 귀결한다면 반노동자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이 나라에서 해고는 '살인'이나 다르지 않다. 한국지엠이 일부 지역에서 철수 계획을 발표한 후 벌써 2명의 노동자가 세상을 등졌다. 노동자에게 정리해고 수용이 예고된 사망 통보서로 받아들여지는 일은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 기업의 경영 실패가 노동자의 고통 전담으로 귀결하지 않도록 정부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나서야 한다. 노사 양측도 끝까지 대화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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