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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기자들이 익명 보도를 남발하는 까닭

잘못된 기사 의식 '안전빵' 기댄 안일함
비밀지킬 명확한 이유 없으면 실명 원칙

김주완 출판미디어국장 wan@idomin.com 2018년 04월 02일 월요일

"고용노동부 양산지청은 지난 17일 작업자가 사망한 사고가 난 양산 ㄱ산업에 대해 전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인용한 글은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전하는 기사 중 일부다. 사고가 발생한 회사 이름을 익명으로 처리했다. 왜 회사 이름을 밝히지 못했을까. 사실관계 확인이 미흡해서? 그 회사가 명예훼손으로 걸 수 있어서? 아니면 로비를 받아서? 셋 다 아닐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그냥 관성적으로 그랬을 것이다.

의료사고에 대한 보도도 그렇다. 관성적으로 사고가 발생한 병원 이름을 익명처리하고 있다. 물론 의료사고 여부가 확실하지 않거나, 환자 가족과 병원 입장이 맞서고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아예 기사를 쓰지 말거나, 양측 주장을 충분히 담아주면 된다. 심지어 병원 측이 과실을 인정한 경우에도 익명처리하는 기사가 있다. 이런 경우 그 지역의 모든 병원이 피해를 입는다.

기자들의 이런 관성은 왜 생겼을까? 그게 '안전빵'이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기사에 잘못이 있더라도 익명인데 뭐 문제가 되겠어? 하는 안일함 때문일 것이다.

익명 보도가 원칙이라고 잘못 배웠을 수도 있다. 얼마 전 수습기자 교육을 하던 중 형사소송법을 읽도록 했다. 그랬더니 법 112조(업무상 비밀과 압수)와 149조(업무상 비밀과 증언거부)의 대상에 언론인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취재원 보호는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며 씩씩거리는 기자가 있었다.

이렇듯 상당수 기자들은 '취재원 보호'라는 말을 마치 모든 기사의 출처를 익명으로 할 수 있다는 걸로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취재원 보호는 아주 예외적으로 공익제보자 또는 내부고발자에나 해당하는 개념이다.

한국 신문윤리실천요강은 '취재원을 원칙적으로 익명이나 가명으로 표현해서는 안 되며 추상적이거나 일반적인 취재원을 빙자하여 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정해놓고 있다. 미국신문편집인협회 언론규범(Canons of Journalism)도 '비밀을 지킬 명확하고 절실한 이유가 없는 한 취재원은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되어 있다. 원칙은 실명 보도이고 예외적으로 익명도 허용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언론중재위원회 양재규 변호사의 말이다. "사회 구성원 일반의 건강이나 안전, 행복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건으로서 그 사건 당사자나 원인 제공자가 누구인지 정보를 줄 필요성이 있는 경우라면 반드시 실명 보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마트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날짜를 바꿔 팔았다고 한다면 마땅히 해당 마트의 이름을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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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산업재해는 한국사회 구성원의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다. 연간 2000명, 하루 6명이 일터에서 죽어가는 산재 사망 세계 1위 국가가 한국이다. 지난 촛불집회에서 한 노동자의 절규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매일 여섯 명이 일터에서 죽는다는 사실이 매일같이 뉴스에 나오면 이 나라가 여태 이랬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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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기자

    • 김주완 기자
  • 편집국장을 거쳐 현재 이사/출판미디어국장을 맡고 있습니다. 월간 <피플파워> 간행과 각종 출판사업, 그리고 인터넷을 비롯한 뉴미디어 업무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