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재판 옥석 못 가려서야
과연 사회정의 구현할까 의구심

동물의 세계가 힘에 의한 약육강식의 질서라면 사람의 세계는 법에 의한 질서라 할 것이다. 그러나 죄 없는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 기소하고, 재판 또한 옥석을 가리지 못한다면 법은 사회정의를 구현할 수 있을까?

#경찰관 ㄱ씨는 지인이 음주운전에 단속되자, 순찰차로 집에까지 태워다준 사건으로 직무유기죄로 기소되었다. 1심 재판부는 ㄱ씨에게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벌금 500만 원으로 형량을 깎아줬고, 검찰이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되었다. 직무유기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 3년 이하의 자격 정지'를 선고해야 하는데 벌금형을 선고하므로, 국가공무원 결격사유를 면하게 되었다.

#1998년 10월 새벽 구마고속도로(현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여대생 정모 양 사건은 스리랑카인에 의해 집단성폭행당한 뒤 숨진 사건이지만 경찰은 성폭행 흔적을 발견하고도 단순교통사고로 처리했다. 채소장사를 하던 정양 아버지는 생업을 팽개치고 15년간 오직 딸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수천 건의 고소·고발·진정·탄원을 제기하며 살아왔다. 그 결과 아버지의 애끓는 부정(父情)으로 스리랑카인을 진범으로 검거했지만, 강간죄 공소시효 10년은 이미 완성되어 버렸다.

#서울 남부지법은 '닻은 올랐다. 혁명의 여명' 등 이적 표현물을 인터넷에 게시한 혐의로 기소된 '노동자의 책' 대표 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또 다른 사건에서 서울고등법원은 '닻은 올랐다'는 등 이적 표현물을 배포한 혐의로 기소된 대학생 ㄷ씨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동일한 혐의지만 엇갈린 판결이 나온 것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었던,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해사건은 2000년 8월 최모(당시 15세) 군이 진범으로 검거되어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했다. 그러나 2003년 6월 진범으로 보이는 김모 씨를 검거했지만, 검찰은 수사하지 않았다. 그 후 16년이 지난 2016년11월 광주고법 제1형사부는 최 군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고, 같은 날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이 사건 진범으로 김씨를 체포하여 구속기소했다.

#1999년 2월 6일 전북 완주군 삼례읍의 나라슈퍼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하여 주인을 살해하고 현금과 패물을 털어 달아났다. 경찰은 삼례에 거주하던 최모(당시 19세) 군 등 청소년 3명을 강도치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에 의해 용의자 3명을 검거, 자백을 받아 전주지검으로 이송했지만 전주지검은 이들을 무혐의 처분했다. 최군 등 세 사람은 만기출소 후 2015년 3월 '경찰의 강압수사 때문에 허위자백을 했다'며 전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했고, 2016년 10월 28일 이들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과정에 경남에 사는 이모(48) 씨가 "나를 비롯한 3명이 이 사건의 진범"이라고 자백했지만 공소시효 10년은 이미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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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이 윤상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무죄판결이 확정된 형사사건은 3만 7651건이라고 한다. 따라서 무죄가 확정된 피고인에게 지급하는 형사보상금도 매년 수백억 원씩 5년간 2834억 원이라고 한다. 수많은 사건수사와 재판 중에 일부라 해도 이런 일들이 생길 때마다 '법은 사회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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