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어린이의 시청률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을 한때 앞질러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국산 창작 3D TV애니메이션인 <큐빅스>가 고향인 우리나라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SBS에서 매주 목요일 방영하고 있는 큐빅스는 지난 4월18일 첫 방송의 시청률이 4.0%를 기록한 데 이어서 2회(4월26일)와 3회(5월2일) 각각 4.1%와 3.2%를 나타내더니 9일에는 무려 1.9%까지 하락했다는 것이다. 이는 같은 시간대의 다른 애니메이션 시청률보다 훨씬 떨어지는 수치다.
큐빅스 제작사인 씨네픽스와 배급사인 대원씨엔에이홀딩스는 시청률이 이같이 저조한 원인을 방송사측의 계속되는 방영시간 변경에서 찾고 있는 듯하다. 당초 5시45분에 방영될 예정이었던 큐빅스는 4회까지 상영된 현재까지 제시간에 방영된 것은 고작 1회분뿐이고 나머지 3회분은 한나라당 경선 결과 보도 때문에 5시20분으로 앞당겨 방영돼 주 타깃층으로 예상했던 초등학교 학생들을 잡는데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사실 전세계를 풍미했던 포켓몬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큐빅스였던지라 국내 방영을 앞두고 언론계나 업계의 관심은 비상했던 게 사실이다. 마치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 처음 진출하고서 금의환향할 때처럼 큐빅스에 거는 기대 또한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는 순전히 ‘어른들의 몫’이었음이 이번 시청률 하락에서 드러났다. 최소한 어린이들 입장에서는 외국에서 히트 쳤다고 해서 어른들처럼 무작정 기대하지는 않는다. 외국에서 히트 치고 안 치고를 떠나서 우선 어린이들의 시간대와 맞아야 하고, 그들의 형편에 어울려야 하는 것이다.
때로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지역적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먼저 대처에 나가 성공하고 그 여세를 몰아 고향 시장에 진입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큐빅스는 물론이고, 지난 해 어린 자녀를 둔 부모를 적잖이 괴롭혔던 탑블레이드도 일본에서 먼저 히트를 시킨 뒤 “일본에서 히트 쳤다 카더라”는 입소문을 등에 업고 국내에 진입한 사례다.
확실히 우리나라에서는 이 전략이 효과적이긴 하다. 일본과 미국 프로야구 시장에서 그리 큰 성과를 올리지 못했던 이종범, 정민철, 이상훈 등도 ‘물 건너 갔다온’ 덕분에 최고 연봉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지역 예술인 중에서도 이러한 전략을 채택하는 이가 적지 않다. 일단 물 건너 갔다오면 몸값이 뛰어오르다 보니 무리를 해서라도 다녀오려고 하고, 또 다녀온 실적을 뻥튀기 해 몸값을 최대한 올리려 든다. 다행스럽게도(.) 지역주민들이 물 건너 형편을 잘 몰라 당분간은 적당하게 행세하기는 한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검증을 받은 큐빅스도 어린이들의 형편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실패하고 만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검증 받지도 못한 예술인이 지역문화와 조화를 이루지도 못한다면 그의 실패는 단지 시간문제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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