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 내 성폭력' 그후 창작 기본자세 자문

'다시, 문학이란 무엇인가.'

경남문인협회가 최근 발행한 <경남문학> 2018년 봄호(122호·사진)가 지역 문단에 던진 메시지다. 2016년 가을 벌어진 '#문단_내_성폭력' 폭로 운동을 거쳐 올해 '미투 운동'(#me too·나도 당했다)에 이르러서야 마음 깊이 다가온 질문이다.

김일태 경남문인협회 회장은 이번 봄호 머리말을 통해 문학 창작의 기본자세를 담은 '문학 헌장'을 다시 꺼냈다. 한국문인협회가 2008년 발표한 것이다.

"예술에 대한 문학적 사색과 끊임없는 언어의 탁마로써 문자예술의 지평을 확대 심화시키는 일이 문인의 사명이다. 한국문인협회는 오늘의 한국문학을 점검, 반성하면서 시대와 함께하는 한국문학의 정체성을 표방하기 위해 '문학헌장'을 제정, 이를 문학운동으로 전개할 것을 다짐하며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당시 한국문협은 이렇게 점검하고, 반성한다는 다짐과 함께 인간의 삶에 이바지하겠다, 세계와 끊임없이 소통하겠다, 진실을 탐구하겠다, 인류의 평화, 자유, 행복에 이바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김일태 회장은 다시 이렇게 고백한다.

"우리는 과연 과거를 뒤돌아보고 옆을 열심히 둘러보고 있는가? 관행은 발목을 붙들고 새로운 시대정신은 세차게 채찍질을 하는데 어디다 발맞추어야 하나? 문인들에게 주어진 최고의 덕목인 정직한 자아반성은 어디서 찾나? 그 정신을 회복하면 다시 문학 르네상스를 구축할 수 있을까? 자꾸 고민이 깊어집니다."

그가 언급한 '문단 노령화' 역시 이 시점에서 중요한 지적이다.

"문학인구의 노령화 문제도 안팎에서 걱정하고 있습니다. 문단 바깥에서 일을 하다가 늦깎이로 등단하여 활동을 하는 이른바 후문학파가 많이 문단에 유입되면서 생겨난 현상이기도 하고 또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문단의 원로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중략) 문학 수준과 관계없이 나이만 많다고, 사회의 어떤 다른 영역에서 명망을 가졌다고 해서 문단 어른 대접 선배 대접받으려 하는 문인들, 그리고 문학정신 없이 그냥 자급자족을 즐기는 레저문학 생산자들이 오히려 문제일 수 있다고 봅니다. '진짜 글 잘 쓰는 사람은 문단 밖에 있고 글 잘 못 쓰는 사람이 문학운동을 한다'라는 비아냥거림도 있습니다만 '글 잘 쓰는 사람이 대우받는 풍토 조성'이 그 답이라고 봅니다."

이런 문제의 의식으로 <경남문학> 봄호를 살펴보면 '지난 계절의 작품 다시 읽기'라는 코너에 실린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이 눈에 들어온다.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으로 시작되는 이 시는 계간지 <황해문화> 겨울호에 실리면서 최근 미투운동이 활발해진 계기가 됐다.

김승강 <경남문학> 편집위원은 이 시를 두고 "엄밀히 말해 고발시이자 참회시"라며 "괴물을 키운 것도 우리라면 괴물을 잡아야 하는 것도 우리"라고 적었다. 미투운동을 계기로 문단의 철저한 반성과 참회를 촉구한다는 취지다.

이 외에 봄호는 청마 유치환의 시를 특집으로 다뤘다. 여기에 수필가 김순철이 유치환과 화가 이중섭이 통영에서 교류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내용으로 간단한 소회를 붙였다. 또 시조시인 이동배와 시인 천융희를 집중 조명했다. 그리고 회원들의 작품을 수록했는데, 시가 40수, 수필이 19편, 시조 16수, 동화 3편, 소설 2편, 동시가 한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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