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월영부영아파트 전 안전감시단 '안전무방비'폭로
부영 "하도급 업체 벨트 지급…노동자 귀찮아 미착용"

"노동자들이 '부영 현장은 일하기 편하다'고 합니다. 그만큼 안전에 대해 통제를 안 한다는 말입니다."

최근 창원시 월영 부영아파트 공사 현장 노동자 추락사와 관련해 안전감시단으로 일했던 이들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현장이라고 밝혔다. 부영 측은 이들의 주장을 모두 부인했다.

지난 16일 오후 2시 40분께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 월영 부영아파트 공사 현장 30층 옥상에서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은 채 방수작업을 하던 40대 노동자가 떨어져 숨졌다. 이 사고로 창원고용노동지청은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28일 취재진과 만난 안전감시단 전 직원 2명은 월영 부영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기본적인 안전의식이 매우 낮았다고 했다. 특히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현장을 통제해야 할 원청과 하청이 제대로 할 일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작업중지 명령을 내린 고용노동부가 철저한 점검을 해야한다고 요청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 부영 사랑으로 아파트 공사현장.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ㄱ 씨와 ㄴ 씨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월영 부영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문제를 감시하는 업무를 했다. 이들은 다수의 다른 대기업 건설 현장에서도 일한 경력이 있다. 현재는 다른 현장에서 일을 하고, 업계에 소문이 퍼지면 생계가 곤란하다며 이름을 비공개해달라고 했다.

ㄱ 씨와 ㄴ 씨는 안전감시단으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최근 추락사고에 대해 △전반적인 안전의식 부족 △장비 미지급 △안전시설 미흡 △안전조치 미이행 등을 지적했다.

ㄱ 씨는 "평소 대부분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을뿐더러, 안전대를 걸 수 있는 '고리'를 본 적도 없고 심지어 고리를 걸 만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ㄴ 씨는 "다른 현장에서는 안전감시단이 기본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으면 작업에서 빠지도록 지시하는데, 여기서는 그저 사진을 찍어 보고할 뿐 제대로 조치를 안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20일에는 오후 1시 34분께 공사 현장 31층에서 단열재 스티로폼에 불이 옮겨 붙은 사고도 있었다.

이에 대해 ㄱ 씨는 "중국인 노동자였는데, 점심 시간에 열선을 끄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 그만큼 안전의식이 없는 상황인데, 아무도 통제를 하지 않는다. 그저 일을 빨리해야 한다는 식이었다"고 했다.

ㄱ 씨와 ㄴ 씨는 당시 안전감시 보고를 하려고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안전모·안전화 미착용, 꼭대기층 안전 펜스 부재 등을 담은 사진이었다. 안전펜스가 설치됐지만, 유(U)볼트가 아닌 일반 철사로 감겨 있기도 했다.

또 센서가 고장 나 문이 열린 채 움직이는 엘리베이터, 술냄새를 풍기는 노동자를 측정 장비가 있음에도 내버려둔 일 등을 목격했다고 했다. ㄴ 씨는 "매일 묘기대행진을 보는 기분이었다"며 "2인 1조로 해야 하는 사다리 작업을 1명이 하려해 지적했더니 다음 날 윗선으로부터 '좀 내버려두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부영 측은 이 같은 문제를 모두 부인했다. 현장소장은 추락사고에 대해 "안전벨트를 하도급 업체에 모두 지급했고 교육을 했음에도 노동자가 귀찮아서 착용을 하지 않고 일을 하다 사고가 난 것"이라며 "고리를 걸 수 있게끔 난간대가 모두 설치된 상태이며, 위험한 장소에서 작업하면 감시단이 따라다니는데 노동자가 알리지 않고 올라갔다"고 말했다. 작업중지 명령으로 출입이 제한돼 현장을 보여줄 수는 없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화재에 대해서는 "열선을 끄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작업자가 열선 교체를 제때 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엘리베이터 고장, U볼트 미사용, 안전화·안전모 등에 대해서도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29일 현재 월영 부영아파트 현장은 작업중지 상태다. 창원고용노동지청은 아직 부영 측에서 안전조치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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