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는 이들 모두 한 번씩 눈길을 주고 눈길을 거둔다.
멀쩡하게 생긴 것이 멀쩡하게 나자빠져 있다는 표정들이다.
사람들 앞에 부끄러운 속내를 들킨 것처럼 나는 우산이 불편했다.
불편해서 다가갔다 조용히 접어 한 귀퉁이에 세워두면 그만이었다.
이번에는 지나는 이들 모두 내게 한 번씩 눈길을 주고 눈길을 거둔다.
멀쩡하게 생긴 놈이 멀쩡한 우산을 버리고 있다는 표정들이다.
아닌데요, 이거 내 거 아닌데요. 누구도 묻지 않은 변명을 한다.
사람들 앞에 불편한 속내를 들킨 것처럼 나는 내가 부끄러웠다.
부끄러워서 나도 우산을 외면했다.
인파에 섞여 한 귀퉁이에 조용히 서 있으면 그만이었다.
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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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 문화체육부 부장. 일상여행자.